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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말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를 보고

진형혜 변호사(법무법인 지엘)

숨 가쁘게 달려온 한주를 마감하는 금요일,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줄인 말)'이라는 애칭까지 생긴 주말 직전의 금요일 저녁을 어떻게 보낼까 매주마다 행복한 고민을 하곤 한다. 비록 주말에 사무실에 나와 밀린 업무와 씨름을 할지언정 금요일 저녁의 해방감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 드디어 6시. 과감히 컴퓨터 전원을 끄고 일어나 평소라면 감히 입어볼 엄두를 내지 못한 빨간색 원피스까지 꺼내 입고 오페라 극장으로 달려갔다. 내가 사랑하는 오페라, 바로 '삼손과 데릴라'를 보기 위하여.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는 성서 속에 등장하는 삼손이야기를 소재로 한 프랑스의 작곡가 카미유 생상의 작품으로 1877년 12월 바이마르의 궁정극장에서 독일어로 초연된 3막의 그랜드 오페라이다.


성서 속 삼손이야기를 소재로 한  佛 작곡가 카미유 생상의 작품
데릴라가 부르는 아리아 '그대 목소리에 내 마음이 열리고' 백미

태어날 때부터 신의 선택을 받아 히브리(이스라엘) 민족의 지도자로 정해진 삼손은 블레셋(팔레스타인)의 여인 데릴라를 만난 순간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과 신에게 선택받았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데릴라에 대한 사랑에 격렬하게 빠져든다. 데릴라는 자신의 유혹에 넘어간 삼손이 "하나님을 배신하더라도 그대를 사랑한다"고 고백하자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아리아 '그대 목소리에 내 마음이 열리고'를 부르며 삼손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집요하게 삼손을 유혹한다. 데릴라와의 사랑에 눈이 멀어 신이 주신 소명을 외면한 대가로 모든 힘을 잃고 눈까지 멀게 된 삼손은 블레셋인들로부터 온갖 모욕과 멸시를 받으며 연자방아에 묶여 방아를 돌리는 신세가 되고 블레셋인들과 블레셋의 대제사장은 "너의 신이 너의 눈을 다시 뜨게 하면, 내가 그 신을 믿겠다"고 빈정대며 삼손을 조롱한다. 블레셋인들의 최대의 축제에 끌려나온 삼손은 축제가 열리고 있는 신전의 거대한 대리석 기둥을 잡고 신에게 "단 한번만 나의 옛 힘을 달라"고 절규하며 기도한다. 삼손의 간절한 기도를 들은 신에 의해 예전의 힘을 되찾은 삼손은 신전의 기둥을 무너뜨리면서 축제에 참석한 모든 블레셋인들과 함께 죽음을 맞게 되고 그러한 장엄한 결말로 공연의 막이 내린다.

구약성서의 내용을 기본으로 한 이 오페라의 백미는 단연 2막에서 데릴라가 부르는 아리아 '그대 목소리에 내 마음이 열리고'이다. 이날 데릴라 역을 맡은 메조소프라노 갈리아 이브라지모바의 요염하고도 관능적인 자태와 고혹적인 연기, 고음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풍부한 성량은 이 곡을 들으러 왔다고 해도 좋을 그 날의 모든 관객들을 흡족하게 했다. 삼손 역의 체코 출신의 테너 다리오 디 비에트리 역시 190센티미터가 넘는 장신의 키와 우람한 체구에서 나오는 묵직하고도 폭 넓은 음성으로 사랑에 배신당한 영웅 삼손의 비통함과 처절한 고통, 신께 바치는 뒤늦은 참회의 감정을 가슴 절절히 표현했다.

근래 오페라의 추세대로 이 공연 역시 웅장하고 화려한 무대배경을 피하고 무대장치를 최소화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인물들의 연기와 노래, 무용수들의 군무에 집중하게 하면서 공연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는데 대부분의 관객들에게 좋은 평을 받았을 듯 싶다. 그간 우리나라에서 흔히 공연된 푸치니나 베르디 등의 이탈리아 작품과는 또 다른 풍미가 있는 프랑스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의 만족스러운 공연이 끝난 후 프랑스 와인을 곁들이며 멋진 공연을 보여준 배우들과 연주자, 그리고 한주 동안 치열하게 살아온 나 자신을 위해 건배~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