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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언

정치개혁에 대한 반추

정태호 교수(경희대 로스쿨)

16대 대선 직후 대선자금 수사로 밝혀진 한나라당의 '차떼기 사건'으로 당시 정치권은 성난 여론의 압력 속에 이른바 '돈 안드는 정당정치'를 위한 정치관계법에 대한 대수술을 감수해야 했다. 정당법,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 등에 대한 당시 개혁의 일부는 정치부패의 완화에 기여했다.

그러나 고비용정치구조가 발생한 근본 원인에 대한 천착 없이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하는 잘못된 수술까지 '깨끗한 정치'라는 미명하에 단행되기도 했다. 정치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합리적 반론마저 '돈 안드는 정당정치'라는 구호 속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10년이 지난 지금 냉정하게 당시 개혁의 공과를 따져 잘못된 처방은 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 대표적인 예가 국회의원 지역선거구 단위로 설치되던 지구당의 강제적 폐지이다. 지구당이 고비용정치의 원흉으로 지목된 이유는 당내민주주의가 실종된 상태에서 지구당이 선거운동을 위한 동원조직으로 전락하면서 돈이 들어가야 움직이는 조직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당은 지구당폐지로 시도당과 중앙당만 있는 기형적 형태를 띠게 되었다. 후에 그나마 당원협의회라는 지역조직이 허용되었으나 지역의 당원들이 상시 모임을 가질 수 있는 사무실 설치는 여전히 금지되어 있다.

문제는 이 조직상태가 '당내민주주의'라는 헌법의 명령과 상충한다는 것이다. 당내민주주의 실현은, 헌법구조와 정치가 정당의 활동에 의해 결정적으로 각인되고 있는 '정당국가'에서는 국가차원의 민주주의 구현을 위하여 불가결한 것이다. 그런데 당내민주주의는 정당활동에 대한 시민의 참여를 촉진하는 정당의 구조와 내부질서를 요구한다. 즉 당원 및 대의원의 조직이 당원의 활발한 참여와 의사소통이 가능한 단위로 지역 및 직능 차원에서 수평적·수직적으로 분화되어야 한다. 독일의 정당법이 조직분화의 기준이 되는 당원 수를 250인으로 정한 것도 바로 이 요청에 부응한 것이다.

정당국가에서 고비용정치구조를 근본적으로 청산하면서도 국민주권을 보다 실질적으로 실현하려면, 소수 직업정치인이 아닌 다수 시민들이 실질적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즉 다수 시민의 정당활동참여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치관계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이처럼 분화된 지역조직 유지를 위해 정치비용이 다소 증가되더라도 이는 민주주의를 위해 감수되어야 한다. '저비용 고효율 고품질'의 정당정치라는 자본주의사회에서 비현실적인 목표가 아니라 '합리적 비용을 투명하게 투입하면서 양질의 정책을 생산해 내는 민주적 정당정치'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현실적이고 합헌적인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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