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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월드컵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기대하는 마음

윤배경 변호사(법무법인 율현)

2002년 6월은 뜨거웠다. 한·일 월드컵의 열기는 우리나라 태극전사들의 거듭된 선전 덕분에 폭죽 터지듯 폭발했다. 첫 폭죽은 6월 4일 폴란드 전에서 터졌다. 폴란드를 2 대 0으로 꺾었는데 월드컵 본선 첫 승리였다. 감격에 겨운 붉은 악마들은 서울 광장을 메우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밤을 세웠다. 미국 전에 이어 6월 14일 포르투갈 전이 있었다. 당시 포르투갈은 루이스 피구, 주앙 핀투 등 이름만 들어도 간담이 서늘한 선수들로 구성된 최강 팀이었다. 미국과 1 대 1 로 비긴 한국으로서는 역대의 강호 포르투갈과의 대전은 16강 진출의 최대의 고비였다. 그러나 우리 대표팀은 인천 월드컵 경기장에서 박지성의 결승골로 1 대 0으로 승리했다. 2승 1무로 당당히 16강에 진출한 것이다.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 히딩크 감독은 말했다.

온 국민이 기쁨과 흥분에 들떴고 전국 방방곡곡이 축제장이었다. 국가 대표팀의 경기가 없는 날에도 이미 지난 경기를 수 없이 리바이벌 하면서 이야기 꽃을 피웠다. 지나가는 누구든지 붙잡고 축구 대표팀 선수들의 활약성을 나누며 즐거워했다. 대한민국에서 낯선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을 정도였다. 모두들 다음 경기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스릴(thrill)을 느끼며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최고의 감독 히딩크와 그 밑에 똘똘 뭉친 태국전사라면 어떤 적수도 물리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삼삼오오 함께 모였다. 작은 시골의 마을 회관에는 식전부터 일손을 놓은 사람들이 모여 앉았다. 거대한 프로젝터가 대도시의 공터에 설치되었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치맥'을 먹으며 경기를 기다렸다. 우리 대표팀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반지의 제왕' 안정환의 역전골로 강호 이탈리아를 물리친 것이다. 한국은 이로써 월드컵 본선 4강 진출이라는 신화를 썼다. 말 그대로 한국이 '뒤집어져 버렸다'. 오직 축구 경기 하나로 이루어진 신바람이었다.

이와 같은 전 국민적 열기와 흥분을 통하여 희망의 불꽃을 본 쪽은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빈사 상태에 빠져 있었다. 연이어 터진 측근 비리로 대통령 DJ의 인기는 땅에 떨어져 있었다. 반면, 보수 언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대선 전망은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 그 상태로 대선이 치른다면 말 그대로 여권 필패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회심의 반격카드가 있었다. 정치 신인 노무현의 등장이었다. 민주당은 이미 같은 해 3월 29일 광주 경선을 통하여 경남 출신 노무현을 정치적 스타로 부각시키면서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노무현 후보와 선거캠프는 축구 대표팀의 승전보에 들뜬 국민들의 행복감이 집권 여당에게 투영되는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사실 월드컵 특수로 가장 덕을 본 쪽은 정몽준 후보였으나, 노무현은 11월 24일 후보 단일화라는 극적인 이벤트로 그 후광효과를 거둬들여 버렸다. 진보 정당의 2기 집권은 이처럼 드라마틱했다.

현재 2기 보수 정권은 세월호 참사로 인하여 큰 위기에 빠져 있다. 봄철의 꽃잎 같은 자식들을 차가운 물속에 잠재운 국민들의 가슴에 큰 구멍이 생겼고 이를 메울 방도가 없어 보인다. 국면을 전환하려는 섣부른 시도는 국민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백약이 무효다. 이 시점에서 국민들이 슬픔을 딛고 일어서게 할 유일한 희망은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하는 우리 축구 대표팀밖에 없을 것 같다.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감독과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기도한다. 잠시라도 국민이 시름을 잊을 안식과 기쁨을 얻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2014년 6월, 정치권은 물론이고 모든 국민이 간절히 바라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