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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언

법정구속

강태훈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법정구속이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 당일 실형선고를 하면서 법정에서 피고인을 구속하는 것을 말한다. 사기나 횡령과 같은 재산범죄의 경우 피해자에게 일정한 금원을 지급하고 합의를 하거나 공탁을 하여 피해가 상당히 회복되었다고 판단되는 때에는 대체로 벌금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하지만 그러한 경우에도 죄질이 불량한 경우에는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을 한다.

동네 대소사에 빠지지 않고 참견을 하던 중년 아줌마가 횡령죄로 불구속 기소되었다. 공소사실은 고소인(피해자)이 피고인의 주선으로 음식점을 차리면서 대형 냉장고를 비롯한 식당 집기의 구입, 인테리어 공사, 심지어 개업굿까지 피고인에게 맡겼는데, 이를 기회로 피고인은 부탁받은 건마다 상당한 돈을 꼬박꼬박 착복하였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수사기관 이래 계속 부인을 하면서 주변사람들에게 자기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몇 차례나 제출케 하였고, 법정에서는 고소인 주장에 부합하는 증언을 하는 집기 판매점 주인, 설비공사업자, 무당을 심하게 몰아세우기도 하고, 자신과 친분 있는 젊은 여성을 증인으로 내세워 누가 들어도 금방 거짓임을 알 수 있는 진술을 하게도 했다. 최후진술을 하면서는 너무 억울하다며 눈물까지 지어보였다. 하지만 제출된 증거 대부분은 법정에서 형성된 유죄의 심증을 확실하게 뒷받침하고 있었다.

그토록 부인하던 피고인이 선고를 며칠 앞두고 느닷없이 피해 액수에 가까운 돈을 공탁하였다.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때마침 공판검사가 제출한 참고자료를 보니 피고인측 증인으로 나왔던 여자가 위증죄로 조사받는 과정에서 피고인이 위증을 교사하였다는 진술을 하여 피고인을 위증교사 혐의로 조사 중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피고인은 마지막 탄원서에서조차 자기측 증인으로 나올 사람을 고소인이 출석하지 못하게 하여 재판이 매우 불리하게 진행되었다고 하는 등 여전히 고소인 탓만 하고 있었다.

선고기일 출근하다가 법원 현관 부근에서 피고인과 우연히 마주쳤다. 그녀는 흠칫 놀라며 몹시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사건이 터졌을 때 곧바로 사과하고 피해 변제를 했더라면 저렇게 불안에 떨 일도 없을 터인데….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어쩌면 동네에서 누리고 있는, 오지랖 넓은 아주머니로서의 명성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피고인은 그 날 실형선고를 받고 구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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