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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권하는 사회

정태호 교수(경희대 로스쿨)

최근 보도에 의하면 국민의 대정부 신뢰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참사는 그나마 남아 있던 정부에 대한 믿음마저 휘발시켰을 것이다. 사기와 거짓과 위증이 난무하는 저신용의 사회에서 국가마저 이처럼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실천이나 국가정책의 원활한 추진에 필요한 시민들 상호간의 또는 국가에 대한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극히 빈약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심히 서글픈 현상인 것이다.

물론 정부의 신뢰도 추락은 구미 선진국도 겪고 있는 현상이라고 한다. 국가의 경제정책 실패, 정보사회에서 정부 당국자들의 능력 부족이나 도덕성 실추 등에 대한 범람하는 정보와 시민사회의 자각이라는 각국 공통의 원인 이외에도 민주주의, 법치주의, 공화주의를 공허하게 만드는 우리 사회 특유의 심각한 다음과 같은 병리 현상들이 국가불신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본다.

먼저, '국가의 공공성'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부적절한 선거제도와 지역주의로 국회가 다양한 의사와 이익을 입법에 균형 있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정부는 정부대로 정책을 통해 다양한 사회집단들의 이익을 전체적으로 볼 때 대체로 공정하게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대자본의 이익에 치우쳐 있으며, 최고법원조차도 큰 권세 앞에서는 법리를 굽히는 등 국가기구 전체가 특정이익에 봉사하고 있다고 시민사회가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법과 국가의 도덕적 권위가 실종되고 있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등 정권에 부담이 되는 대형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권 보위를 위하여 정부의 발표나 수사가 실상을 외면하고 몸통이 아닌 깃털에게만 책임을 묻거나 심지어 책임자를 영전시킴으로써 법과 정의를 조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원인과 책임소재에 대한 부실한 조사·수사 및 진실을 외면하는 재판을 통한 법의 왜곡도 해당기관은 물론 국가의 도덕적 기반을 갉아먹는 것이다.

셋째, 공직선거가 거짓말 경연대회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은 여야 할 것 없이 복지강화, 경제민주화를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대선의 열기가 식기도 전에 보수언론은 박근혜 정부에게 공약은 잊으라며 정부의 관련 정책 후퇴를 조장하였다. 공약의 성실 이행을 촉구·감시하여야 할 언론이 나서서 정권에 공약을 파기하도록 압력을 가함으로써 결국 정치와 국가의 신뢰기반을 허물고 있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밖에도 인사청문회를 통해 비리, 위법 사실이 드러난 자의 임명을 강행하거나 'NLL 포기' 논쟁처럼 국익 손상을 무릅쓴 정략의 관철에 국가기관을 동원하는 등 국가의 도덕성을 증발시키는 조치가 대담하게 자행되고 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