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취재수첩

[취재수첩] 개정된 양육비 산정 기준

홍세미 기자

이혼소송을 하는 부부가 서로 물러설 수 없는 부분 중 하나가 자녀 양육비다. 대부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다가 갈라서는 경우가 많아 자녀를 직접 키우지 않는 부모 일방(비양육친)이 내놓을 수 있는 돈이 적기 때문이다. 반면 아이를 기르는 입장에서는 양육비를 받지 않으면 양육은 물론 생계까지 어려워지기 일쑤여서 양 당사자의 경제력에 맞는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양육 환경도 천차만별이다. 최근에는 외국에 나가 아이를 기르는 한부모 가정도 크게 늘었고 아이의 특수한 치료비나 교육비를 요구하는 부모들도 많아졌다. 그만큼 이혼 가정의 양육비 청구 유형이 복잡해진 것이다. 그러나 법원이 현재 시행하고 있는 양육비 산정기준은 이 같은 다양한 현실을 반영하지 않아 재판부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서울가정법원이 지난 2012년 5월 제정한 양육비 산정 기준이 적용된 건수는 이듬해 2월까지 38건에 불과했다. 양육비 산정 기준이 무용지물이 됐다는 비판이 나올만 하다.

가사사건에 정통한 한 부장판사는 "판사가 양육비를 정하는 모습이 마치 세월호 선장이 배에 싣는 '평형수'의 양을 즉흥적으로 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일정한 기준 없이 법관의 판단에 기대어 그때그때 임시방편으로 양육비를 산정해서는 이혼가정의 안정을 찾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서울가정법원이 2기 양육비위원회를 출범하고 새로 만들고 있는 양육비 산정 기준은 환영할만 하다. 기준을 더 세분화하고 있고, 그간 기준표에 포함되지 않고 법관이 알아서 가산 혹은 감산하던 부분도 명문화했다. 기준을 지키면서도 당사자들의 다양한 경제사정에 알맞은 '맞춤형' 양육비 산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형사법관들은 양형위원회가 각계 의견을 수렴해 만든 양형기준을 90% 가까이 준수하고 있다. 새로 만드는 서울가정법원의 양육비 산정기준도 앞으로 가사재판에서 중요한 잣대로 자리매김해 예측가능하고 투명한 양육비 산정에 기여하길 바란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