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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법조

EU의 동의의결 절차에 대한 실무적 소개

미셸 스트뤼스 변호사(Allen & Overy 브뤼셀/파리 사무소)

동의의결 절차는 2004년에야 EU에 최초 도입된 이후 불과 수년만에 유럽집행위원회(이하 "집행위원회")의 경쟁정책 집행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 동의의결 절차가 도입된 이래 집행위원회가 시정조치를 부과한 53건 중 34건이 동의의결 절차로 처리되었는바(2014년 2월 기준, 담합 제외), 구글의 인터넷 검색 및 광고 관련 조사, 애플 등의 전자책 관련 조사, 모토로라의 표준필수특허 관련 조사, 비자의 수수료 관련 조사 등 최근의 주요 사건 역시 동의의결 절차로 종결되었다. 집행위원회의 내부 인사들조차 동의의결 절차는 예외적 사건에서의 대체적 절차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하였을 정도로, 동의의결 제도의 성공적 정착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동의의결 제도는 사업자가 경쟁법 위반에 관하여 자발적으로 시정방안을 제안할 수 있도록 하고 시정방안이 타당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법적인 구속력을 부여하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이다. 경쟁법 위반 사건을 위법성 판단 없이 비교적 간편하게 종결하면서 경쟁제한적 요소를 신속히 제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전세계적으로 도입되는 추세이며, 2011년 한국 공정거래법에도 이와 유사한 동의의결 제도가 도입된 바 있다.

1. 동의의결의 실체적 기준

집행위원회 규정 No. 1/2003 제9조(이하 "제9조")에 따르면, 경쟁법 위반 혐의로 조사나 심의 중인 사업자가 장래 행위에 대하여 시정방안을 제출할 경우, 집행위원회는 해당 시정방안을 받아들임으로써 시정방안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고 경쟁법 위반 혐의, 즉 유럽기능조약 제101조 및 제102조 위반 혐의의 존부에 관한 실체적 판단 없이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
제9조에 의한 동의의결 절차는 집행위원회가 경쟁법 위반 사실이 없다고 판단하는 사안이나 법집행의 우선순위를 감안하여 조사를 중단하는 사안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리고 과징금 부과가 명백히 예상되는 사건에도 적합하지 않다. 예컨대 효율성 증대 효과 없이 경쟁제한적 효과만 있는 경성 카르텔(hardcore cartel)에 대해 동의의결 절차로 진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데, 이는 경성 카르텔에 대한 제재의 경우 장래의 경쟁제한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임과 동시에 과거의 명백한 경쟁제한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시정방안은 객관적이고 투명하며 비차별적이어야만 한다. 또한 시정방안은 집행위원회가 예비평가서(preliminary assessment)에서 제기한 경쟁상의 우려를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유럽 최고법원은 제9조의 집행에는 (명시적 규정은 없지만) 비례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판시하고 있으므로(Alrosa 판결), 집행위원회가 수용할 시정방안은 집행위원회가 제기한 경쟁상 우려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이어야만 한다.
시정방안은 조사대상 사업자가 스스로 작성하여 집행위원회에 제출한다. 다수 사업자의 경쟁제한적 합의가 문제되는 사건의 경우에는, 관여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작성한 (아니면 최소한 관여 사업자들이 모두 승인한) 시정방안을 제출하는 것이 좀 더 논리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실무적으로 집행위원회는 사업자 간에 서로 다른 내용으로 시정방안을 제출하는 것 역시 수용하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부 사업자들에 관하여서는 동의의결 절차로 진행하는 한편으로, 다른 사업자들에 관하여서는 정식 조사절차로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2. 동의의결의 절차

원칙적으로, 경쟁법 위반 여부에 대한 집행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있기 전이라면 언제라도, 조사대상 사업자는 집행위원회와 접촉하여 동의의결 절차의 가능성에 관해 논의할 수 있다. 집행위원회는 동의의결 절차 진행 의사가 있다면 가능한 한 빨리 논의를 시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심사보고서(statement of objection)가 송부되기 전에 동의의결 절차 진행 의사를 전달하는 경우에는, 조사대상 사업자에게 집행위원회 조사 담당자와의 예비 회합(state of play meeting)의 기회가 부여되는데, 이 회합에서 집행위원회가 기존 조사를 통해 발견한 경쟁제한적 요소가 전달된다. 집행위원회는 조사대상 사업자의 동의의결 절차 진행 의사를 확인한 후 예비평가서를 조사대상 사업자에게 송부하는데, 시정방안은 이러한 예비평가서의 내용에 기초하여야 한다. 심사보고서가 이미 송부된 후에 동의의결 절차 진행 의사를 전달하는 경우에는, 심사보고서가 예비평가서의 역할을 대체한다.
조사대상 사업자는 예비평가서 또는 심사보고서를 바탕으로 시정방안을 작성하여 제출한다. 주의할 것은 집행위원회가 (비공식적 논의 및 제안은 별론으로 하고) 시정방안을 직접 수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피조사자들은 1개월 내에 시정방안을 정식 제출해야 한다. 시정방안은 행태적 시정방안 및 구조적 시정방안을 모두 포함할 수 있다.
집행위원회가 시정방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면, 시정방안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market test)를 밟게 된다. 공급자나 구매자 등 관련 제3자들은 일정 기간(최소한 1개월 이상) 동안 의견을 제출할 것을 요청받는다. 의견수렴 절차에서 제출된 의견에 따라 시정방안이 수정되는 경우도 많은데, 만약 시정방안이 수정 제출될 경우 다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게 된다.
집행위원회가 시정방안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할 경우 결정문의 전문이 집행위원회의 웹사이트에 공고된다.

3. 동의의결 의사결정 시의 고려사항

조사대상 사업자는 동의의결 절차를 이용함으로써 집행위원회의 경쟁상 우려에 대한 우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기존의 사업상 이해관계를 온전히 보존할 수 있다. 정식 조사절차에서는 조사대상 사업자의 사업상 이해관계가 경시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는 동의의결 절차의 장점임이 분명하다. 또한 시정방안이 집행위원회에 의하여 받아들여질 경우, (정식 조사절차와는 달리) 과징금의 부과가 면제되어 유리하다. 심지어 실무적으로는 조사대상 사업자가 문제된 행위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한 것만으로 집행위원회가 정식 동의의결 결정조차 없이 절차를 종료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집행위원회가 시정방안을 받아들이는 동의의결 결정을 하는 경우, 해당 결정은 (정식 조사절차를 거친 결정과는 달리) 조사대상 사업자가 실제 경쟁법을 침해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동의의결 결정문은 사실관계 및 경쟁제한성 판단 부분이 정식 조사절차에 따른 금지 결정에 비하여 비교적 간략하게 서술된다. 또한 조사대상 사업자가 시정방안을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경쟁법 위반 사실의 자인(自認)으로 간주되지 않는다(이러한 점이 시정방안에 확인적으로 명시된다). 그 결과 이후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는 사업자가 경쟁법을 실제 위반하였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하여야만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고, 집행위원회의 결정문을 청구의 유력한 증거로 사용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조사대상 사업자가 집행위원회 조사를 조기에 종결시킴으로써 사회적 평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동의의결 절차의 장점으로 볼 수 있다.
조사대상 사업자가 동의의결 절차로 진행할 의사를 밝히고 시정방안을 제출한 사실로 인하여, 정식 조사절차에서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를 박탈당하지 않는다. 이는 주로 집행위원회와의 시정방안에 관한 협의가 성공적이지 못하여 정식 조사절차를 밟을 경우에 문제될 것이다.
사실 집행위원회의 입장에서도, 경쟁법 위반 사실의 존부에 대하여 정식으로 판단할 필요 없이 동의의결 절차를 통하여 당면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함으로써 조직의 자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집행위원회의 결정이 법원에 의하여 파기될 위험성도 낮아진다. 한편으로 집행위원회로서는 동의의결 절차를 통하여 허용되는 행태와 허용되지 않는 행태에 대한 일종의 지침을 산업계에 간접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러한 점들은 집행위원회가 조사대상 사업자가 제출한 시정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게 하는 유인이 된다.
반면, 시정방안을 제출해야 하는 조사대상 사업자의 입장에서 동의의결 절차의 가장 문제점은 집행위원회가 동의의결 절차를 따를 것인지 아닌지 여부가 오로지 집행위원회의 재량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집행위원회는 피조사자가 제출한 시정방안을 검토하고 그 수용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아무런 법적 구속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조사대상 사업자로서는 시행방안을 제출하기 전에 집행위원회 담당자와의 사전 접촉을 통하여 집행위원회의 의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의의결 결정에는 법률적 구속력이 있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집행위원회가 동의의결 결정을 다시 심사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예컨대 동의의결 결정의 전제가 된 사실관계에 중대한 변경이 있는 경우나 조사대상 사업자가 시정방안을 위반한 경우에 집행위원회는 동의의결 결정을 재검토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13년 2월 집행위원회는, Microsoft사가 2009년 2월 승인된 시정방안을 불이행하였다는 이유로 5억 6100만 유로의 과징금을 Microsoft사에 부과한 바 있다. 따라서 조사대상 사업자가 시정방안을 고안하여 집행위원회에 제시할 때에는 시정방안의 사실관계에 추후 변경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지 및 실제 시정방안을 준수할 여건이 되는지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번역=이상돈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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