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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수퍼맨이 필요해

윤배경 변호사(법무법인 율현)

우리나라 2인조 록 그룹 '노라조'는 탄탄한 음악성 못지 않게 독특한 의상과 퍼포먼스로 유명하다. "아들아! 지구를 부탁하노라 / 아버지! 걱정은 하지 마세요 / 바지 위에 팬티 입고 오늘도 길을 나서네 / 아들아! 망토는 입고 가야지 / 아뿔사! 어쩐지 허전하더라…" 로 '수퍼맨'이라는 노래는 코믹한 가사와 흥겨운 리듬으로 2008년 크게 인기를 끌었다. 미국의 초인적 영웅이 한국식 개그맨처럼 변신한 것이다. 수퍼맨은 1933년 경 제리 시걸(Jerry Segel)과 조 서스터(Joe Shuster)에 의해 만화 주인공으로 탄생되었다. 구약성서의 영웅인 삼손(Samson)과 그리스신화의 헤라클레스(Hercules)가 모델이었다. 최초로 등장한 수퍼맨은 악덕 기업주를 혼내고, 깡패들을 두들겨 패는 임무를 맡았고, 가끔 아내를 패는 몹쓸 남편도 손 보았다. 전 세계를 휩쓸던 대공항의 여파가 반영되었다고 한다.

수퍼맨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진화(?)를 거듭했다. 1940년대에는 사법당국의 편에 서서 법질서를 수호했다. 처음 선 보였을 때는 자동차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한번에 200m를 점프할 수 있던 수퍼맨은 총알보다 빠르고 기차보다 강하며, 한번 점프로 높은 빌딩을 뛰어 넘을 수 있게 되었다. 오늘날에는 정의의 화신이다. 지구를 수호하고 인류를 구원한다. 임무와 책임이 늘어난 만큼 능력 역시 놀랄 만큼 향상되었다. 메뚜기처럼 땅에 붙어 있을 수 없었다. 마침내 하늘을 나는 영웅이 되었다. 현재의 수퍼맨은 산을 집어 던지고 핵폭발에도 견딘다. 태양 속을 날아다니고 산소 없이 우주공간을 여행할 수 있다. 가히 신(神)과 같다. 그런 수퍼맨을 미국식 자본주의가 가만둘 리 없었다. 수퍼맨은 라디오와 텔레비전 시리즈에 고정 출연하더니 헐리우드 영화에까지 진출했다. 수퍼맨의 초인적 능력은 엄청난 물량과 자본을 투자하는 헐리우드 스케일과 안성맞춤이다. 더구나, 영웅성(Heroism)을 추구하는 미국식 영화 주제에 걸 맞는다.

수퍼맨이 시대를 넘어 인기를 구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상상도 할 수 없는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위기와 재난에 직면하면서 인간은 무기력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미국이 초강대국이 되었더라도 초강대국 정부도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핵전쟁의 공포는 가시지 않았고 재해의 예방과 수습에는 무능력하다. 뿐만 아니다. 여전히 미국 서민들의 생활은 팍팍하고 앞날은 불안하다. 그들의 일상 생활에서 정부의 존재는 신(神)만큼이나 멀다. 그러기에 우리는 "수퍼맨!"하고 부르면 '슝~' 하고 나타날 줄 수 있는 동네 아저씨 같은 따뜻한 영웅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수퍼맨을 간절히 바라긴 처음이다. 4월 중순 꽃피는 봄날에 봄 꽃 같은 아이들 수백명이 남해의 바닷속에 갇혔다. 온 국민은 그들 중 단 몇명이라도 기적처럼 생환해주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부활절이 지나도록 기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 영화의 한 장면처럼 수퍼맨이 바닷속의 세월호를 번쩍 들어 올릴 수만 있다면…. 수퍼맨의 품속에 안겨 돌아 오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정부를 믿지 못하고 신에게 기도밖에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한국 수퍼맨의 존재를 간절히 상상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