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목요일언

이원집정부제 개헌 제안에 대한 반론

정태호 교수(경희대 로스쿨)

지난 4월 2일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자문위(이하 '자문위')는 그간의 논의 성과를 담아 중간발표를 하였다. 그에 따르면 '국민에 의해 6년 단임으로 직선되는 대통령은 국방, 외교, 통일의 외치를 전담하고, 하원에서 재적 과반수의 찬성으로 선출되는 국무총리는 내치를 전담한다. 남북통일에 대비하고 단원제에서 오는 여야 간 극한 대립을 완화하기 위해 상·하원 양원제를 도입한다.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의 불신임권을 부여하고, 국무총리의 신임요구를 국회가 부결한 경우 국무총리 제청에 따른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을 인정한다.' 우리의 정치의 고질을 치유하여 한국 정치 선진화의 토대가 될 수 있는 개헌안을 만들어 보겠다는 자문위원들의 고심에 대해서는 경의를 표하지만, 발표된 개헌 방향과 관련하여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자문위가 제안한 정부형태는 이원집정제의 일종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 용어가 더 친숙함에도 굳이'분권형 대통령제'로 지칭하여 제안된 정부형태가 대통령제의 일종인 것처럼 보이게 할 필요는 없다.

둘째, 대통령 '제왕화'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했는지 의문이다. 우리 헌법의 권한배분질서는 비교헌법적으로 볼 때 균형형에 속한다. 그럼에도 제왕적 대통령이 빈발한 핵심 원인은 대통령이 인사권을 통해 검찰, 국정원, 경찰, 국세청, 방송통신위원회와 같은 주요 권력기관을 장악하여 그 기관을 정권수호기관으로 만든 뒤, 이를 앞세워 헌법이 예정한 권력균형의 체계를 붕괴시킨 데 있다. 그렇다면 주요권력기관이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고 법에만 충성하도록 그 인사제도를 비롯한 조직구조를 개혁하는 것이 급선무요 개헌의 핵심 사안이 되어야 한다. 이 기관들은 어떤 정부형태에서나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기관에 대한 인사권을 장악한 국무총리가 제왕화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셋째, 여러 보완책에도 불구하고 양극형 위계구조를 취하는 이원정부제가 일극형 위계질서에 친숙하고 정파간의 타협, 절충에 익숙하지 아니한 우리 정치문화에 부합할지 의문이다. 특히 동거정부 출현시 대통령과 국무총리 사이의 원만한 협조관계가 구축될지 회의적이다. 뢰벤쉬타인이 바이마르헌법의 이원집정제를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죽음의 키스'라 갈파했듯이 이원집정제는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단점이 모두 노정될 수도 있다.

끝으로 외치와 내치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현대적인 국정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외치와 내치를 구분하여 전자는 대통령에게, 후자는 국무총리에게 전담하도록 하는 것도 사리에 반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