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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과 생활범죄

황은영 부장검사(서울중앙지검)

"지하철 단순 추행인데… 구속하면 너무 가혹한 거 아닌가?", "아닙니다. 2번이나 동종 전력이 있는 데다가 이번 건은 '모르쇠'로 마냥 부인하는데, 엄한 처벌이 필요한 상습 추행범입니다!" 부장과 주임검사의 다소 상이한 의견에, 모인 검사들도 저마다 의견을 내놓는다. 오전시간,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티타임을 겸한 회의시간의 풍경이다.

4대악 중에서도 '성폭력'은 가정폭력·학교폭력·불량식품과 비교하면 전통적으로 강력범죄에 속하여 뚜렷이 구별되는 범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국 검찰청 중에서 유일하게, 그것도 서울중앙지검 관내의 모든 성폭력사건을 전담하는 부서의 장으로서 3개월 남짓 일한 소감은, 성폭력 범죄는 그야말로 '생활범죄'의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혼잡한 지하철과 버스, 스마트폰 가입자 4000만명을 목전에 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환경, 여전히 음주가 최고의 소통 수단이라고 믿는 직장회식 등등. 이런 익숙하고 평범한 상황과 공간에서, 다양한 성적 침해행위들이 다반사로 발생하여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성범죄는 더 이상 '스스로 일찍 귀가하고, 문단속을 잘하고, 위험한 장소에는 가지 않는다'는 관습적인 예방 수칙을 지키는 것만으로 비껴갈 수 있는 범죄가 아니다.

작년 6월 19일 이후, 성범죄자는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거나 합의하더라도 처벌받게 된다. 더구나 그 신상을 등록하여 공개와 고지를 통해 엄격한 재범방지를 위한 법적 제재를 가한다. 이제 피해자의 신고가 없더라도 지하철수사대가 수시로 성추행범들을 단속하여 처벌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법률은 성큼성큼 앞서 가는데, 성폭력 사건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여전히 '극악무도한 강력범죄만 성범죄'라는 시대착오적인 의식 수준에 머물러 있어 안타깝다. 예방과 교육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