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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규범의 준수-행위의 주관적 측면

김대휘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법규범이 행위자의 행위를 지도하는 '행위규범'인가 법관의 재판의 규준이 되는 '재판규범'인가 하는 문제가 있지만, 법규범은 1차적으로 행위규범이라고 볼 것이다. 그런데 행위자가 규범을 준수하는 행위를 하려면 '행위자가 규범 준수의 조건을 인식하고, 규범 준수의 의지를 가지거나 이를 의욕하여야 한다'. 이 문제는 형법철학의 이론으로서 행위의 주관적 측면(고의, 과실, 사실과 법률의 착오, 책임)의 과제와 관련되는데, 독일 본대학 연수 시 필자의 스승인 야콥스(Jakobs) 교수의 이론을 간략히 소개하기로 한다.

우선 규범 준수의 조건으로 '사실적 정보'(사실적 판단의 대상으로서 행위의 상황적 조건)와 '실천적 정보'(실천적 판단의 영역으로서 행위규범의 내용)가 있어야 하고, 인간의 행위는 그 정보들의 인식에 근거하여 이루어진다. 그러나 행위자에게 사실적 정보와 실천적 정보가 다 갖추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규범 준수의 의지'가 없으면-규범 적대적이거나 규범 무시 등의 경우-규범은 침해된다. 이러한 규범 준수의 의지는 개인의 주관적 영역에 속하고, 그 의지나 태도의 결여가 곧 형법상의 '책임'이다. 단지 윤리적인 '비난가능성'이나 검증 불가능한 '타행위가능성'이 법적인 책임이 될 수 없다. 책임능력은 바로 규범 준수의 태도나 의지를 가질 수 있는 능력으로서 '자신의 행위를 의미 있게 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른바 '확신범(종교상 병역거부나 내란음모 등 공안사범의 경우)'은 오히려 규범 파괴의 의지가 뚜렷하기 때문에 행위자에게 도덕적 흠결이 없더라도 법질서는 책임 가중으로 대처하여야 한다. 또 음주 명정 중의 범죄가 규범 무시의 태도에서 나온 것으로 인정된다면 책임 감경이 아니라 가중이 되어야 한다.

행위의 주관적 측면 중에서 '고의'의 인식적 요소는 사실적 정보의 인식이고, 미필적 인식조차 결여된 상황에서 주의의무 위반으로 평가되는 '과실'의 경우와 함께 구성요건 해당성의 문제이며, 사실적 정보의 결여는 형법상 착오의 경우로서 과실도 착오의 한 적용례이다. 그런데 고의는 사실의 인식만이 아니라 결과 발생에 대한 의지 내지 의욕도 그 요소로 하고 있는데, 이는 규범 준수의 의지와 관련이 있는 이른바 '악의적 고의'(dolus malus)로서 책임의 영역에 속하고, 단지 '인용'이나 '감수'의 정도로도 성립된다는 것이 통설, 판례이다.

한편 실천적 정보는 사실적 정보로부터 즉각 도출되는 것은 아니고, 행위자가 사전에 규범내용을 다 알 수 없고 알더라도 세세한 것까지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실천적 정보는 행위자가 스스로 인식하거나 조언을 구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이는 규범 준수의 의지와 관련된다. 실천적 정보의 결여는 규범 무지의 경우로서 행위자에게 규범 준수의 의지가 없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처벌 대상이 되고, 다만 특별한 의지나 노력이 있는 경우에만 오인에 정당한 사유가 있어 벌하지 아니하는 것이다. 이러한 법률의 착오 역시 규범 준수의 의지와 관련이 있어 책임조각으로 다루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