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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스타 광고의 허실(虛實)

윤배경 변호사(법무법인 율현)

"전지현이 TV 드라마 '별그대(별에서 온 그대)'를 마친 후 광고 CF로 300억원을 벌었다더라!" 최근 나도는 연예계 가십이다. 출처불명의 소문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반응은 차분하다. 단지 광고 수익만으로 단기간에 그런 엄청난 돈을 벌었다는 사실에 놀라기는 하지만 당연히 그럴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은 그녀의 연기 덕에 시청자들은 웃고 울었다. 해외에서 한류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고 한다. 어찌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홍보에 목이 마른 대기업들이 그녀를 놓칠 리 만무다. 그들이 '천송이'를 모시기 위해 상당한 금액을 베팅했을 것임은 분명하다. 우리나라 풍토상 '되겠다' 싶으면 거의 모든 기업들이 탐을 내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광고 의뢰가 어느 특정인에게로 쏠리는 현상도 생겨난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의 전지현처럼 피겨스케이팅의 여왕 김연아도 에어컨 광고에서 음료수까지 국민 필수품 광고를 거의 빠지지 않고 섭렵했다. 비슷한 현상은 '건축학 개론'으로 새로운 국민 여동생이 된 아이돌 가수 수지에서도 볼 수 있다(유투브에는 그녀가 출연한 광고 모음이 따로 있을 정도다).

기업이 거액을 투자하면서까지 유명인사를 기업 광고에 활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이 가진 이미지를 활용하겠다는 심산이다. 시청자들이 특정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를 사랑하면서 그에 대하여 갖는 환상을 기업이나 상품의 이미지로 치환하겠다는 것이다. TV 광고에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가 나오면 우선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선을 뗄 수 없듯이 말이다. 반복되는 광고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빠진 시청자들은 그 광고를 더 보고 싶어하거나 최소한 지겨워하지는 않는다. 그 과정에서 광고주는 자연스럽게 출연자의 '귀여움', '강인함' 그리고 '애국심' 등을 자신화하게 된다. 사람 하나 잘 써서 제품이 잘 팔리고 회사 이미지가 좋아지니 무슨 불만이 있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지나치다는 점이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할 광고와 홍보의 세계에서 인물을 내세우다 보니 광고의 활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스타에 올인하는 일은 소비와 광고의 나라, 미국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현상이다(우리나라 광고 시장은 세계 10대 시장의 하나다). 우리나라 광고시장의 큰 손들은 대기업들이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광고에 관한 한, 스타에 대하여 절대적인 애정을 갖는 것으로 유별나다. 거의 집착에 가깝다. 거액을 투자해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을 나무랄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 보았자 무슨 소용인가 싶다. 대기업 그룹 소속 임원이나 총수들의 행태를 보면 그렇다. 작년에는 한 대기업의 임원이 여객기에 탑승 중 라면을 맛있게 끓이지 못 했다는 이유로 스튜어디스를 '비정상적으로' 면박 주는 바람에 그룹 전체가 곤혹을 치뤘다. SK 그룹의 경우 총수 형제가 계열사의 돈을 빼돌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한화그룹 총수 역시 비슷한 혐의로 오래 재판을 받았다. 이로 인한 기업과 그룹의 이미지 실추는 수십 명의 '천송이'가 '도민준'이 지구에서 살았던 시절만큼 광고해야 만회될지 모른다. 지금 대주그룹의 전 총수가 일당 5억원으로 노역을 살다가 1주일도 안 되어 벌금 30억원을 탕감 받는 사태가 벌어졌다. 대주그룹이야 그렇다치고 법원과 검찰이 엄청 욕을 먹고 있다. '공명정대' 라는 사법부의 브랜드가 한 순간에 무너진 듯 하다. 법원 검찰의 실추된 이미지를 되살릴 우리의 스타는 어디에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