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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비

강태훈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유익비(有益費)란 점유자가 그 점유물을 개량하기 위하여 지출한 금액을 말한다. 흔히 유익비 청구는 건물명도소송에서 임차인 등 점유자의 항변으로 주장된다. 목욕탕 건물 주인이 주식에 손을 댔다가 크게 실패하는 바람에 건물이 경매에 부쳐진 사건이 있었다. 목욕탕 업주 및 같은 건물 1층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업주는 갑작스런 경매로 보증금을 받지 못하고 쫓겨날 상황이 되자 서로 낙찰받으려고 하였다. 음식점 업주가 근소한 차이로 낙찰을 받아 건물주가 되었다. 음식점 업주는 목욕탕 업주에게 새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자고 하였으나, 목욕탕 업주는 제시된 조건으로는 계약할 수 없다면서 응하지 아니하였다. 그리되자 음식점 업주는 명도소송을 제기하였다.

목욕탕 업주는 지난 10여 년간 목욕탕을 운영하면서 목욕탕 내에 각종 시설 집기 대부분을 교체하였고, 특히 쑥탕 등 사우나시설을 하느라 1억 원 이상을 지출하였는데, 그 지출액은 전부 목욕탕 시설을 개량하기 위하여 지출한 비용(유익비)에 해당한다며 현장검증 및 유익비 감정을 신청하여 이를 채택하였다.

검증기일에 목욕탕에 도착하여 남탕인 3층부터 들어가 보니 목욕탕 업주는 사전 약속과 달리 영업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남탕이라도 손님들이 목욕하는데 검증을 하는 것은 미안한 일이라 서둘러 마치고 나왔다. 목욕탕 업주에게 여탕은 영업을 하고 있지 않음을 확인하고 2층 여탕 문을 열었다. 과연 수증기만 자욱할 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여탕 내 이곳저곳을 살피다다 마지막으로 시설비가 제일 많이 들었다는 쑥탕 쪽으로 다가갔다. 갑자기 '끼악' 하는 여자들 비명소리가 들렸다. 목욕탕 업주는 영업을 계속하다가 검증을 하는 동안에만 여자 손님들을 쑥탕에 들어가 있도록 한 것이었다. 함께 여탕에 들어갔던 법원 직원, 상대방 대리인, 감정인 모두 황급히 그곳을 빠져 나왔다.

경매로 인해 보증금을 받지 못하고 목욕탕을 비워주어야 하는 목욕탕 업주의 절박함을 생각하면 그의 처사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문도 모르고 목욕하던, 특히 여자 손님들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지나친 것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그 사건에서 유익비는 목욕탕 업주가 시행한 공사 중 잔존가치가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소액에 그쳤고, 그마저도 낙찰 이후의 차임 상당액, 수도요금과 상계를 하니 실제로 목욕탕 업주가 받아갈 돈은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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