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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법조

일본 '제이콤주식 誤發注' 사건에 관한 소고

이연주 변호사(법무법인 충정)

- 동경지방재판소 평성21. 12. 4 판결 -

Ⅰ. 서론


2005년 일본 미즈호증권이 동경 Mothers (Market of the high-growth and emerging stocks) 시장에 신규 상장한 주식회사 제이콤 주식에 대해 주문실수를 하여 일본 주식시장을 일대 대혼란에 빠뜨렸던 사건(소위 '제이콤주식 誤發注사건')이 있었다. 미즈호증권은 동경증권거래소(이하 '동증')의 매매시스템의 하자로 취소가 되지 않아 거액의 손해를 입게 되었다며, 동증을 상대로 금414억엔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하 '본 소송')을 제기하였다.
본 소송에 관한 판결은 증권거래소의 역할과 시스템제공의무, 긴급한 상황에서의 거래소의 매매정지권 행사, 시스템제공자와 시스템개발자의 관계 등 증권거래와 관련된 정보시스템의 관점에서 다수의 중요한 논점을 포함한 의미 있는 판결로 평가받고 있다.

Ⅱ. 사실관계

1. 2005년 12월 8일 오전 9시 27분, 일본 동경 Mothers시장에 신규 상장된 종합인재 서비스회사인 제이콤 주식의 매도주문을 담당한 미즈호증권의 한 직원은 동증이 제공하는 주식매매시스템을 이용해 '61만엔에 1주매도'라고 입력해야 할 것을 실수로 '1엔에 61만주매도'라고 잘못 입력하였다. 이 때 컴퓨터 화면에 'beyond price limit'라는 경고화면이 표시되었지만 그 직원은 이를 무시하고 주문을 집행하였다.

2. 매도주문을 낸 후 1분25초 후에 비로소 실수를 인식하게 된 미즈호증권의 담당자는 3회에 걸쳐 주문취소작업을 시도하였으나, 동증의 매매시스템(이하 '본건 시스템')은 시스템모듈의 결함으로 반응하지 않았다(이하 '본건 시스템의 하자').

3. 담당자는 동증에 직접 전화를 걸어 주문 취소를 요청하였지만 동증의 담당자는 거래참가자가 직접 주문을 취소하도록 요구하였다. 오전 9시 31분29초경 약정주식수가 발행주식총수를 넘어서고 오전 9시 33분 25초경에는 발행주식총수의 3배를 넘었지만 동증은 업무규정상 허용된 매매정지권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그 사이 미즈호증권은 주식투자자들의 매입주문이 쇄도하여 전량 매매가 성립될 위험성이 있자 전 발주량을 '반대매매'로 재매입하였으나 총 9만6236주에 대해서는 이미 주식매매가 성립하였고 미즈호증권은 이로 인해 약 407억엔 가량의 손실을 입게 되었다.

Ⅲ. 판결의 요지

동경지방재판소는 2009년 12월 4일 동증과 미즈호증권의 과실비율을 7대3으로 보고 동증에게 청구금액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07억엔 상당의 손해배상금 지급을 명하였다(이하 '본 판결'). 동경고등재판소는 2013년 7월 24일 이러한 원심 판결을 유지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1. 시스템의 하자는 경과실로서 면책
동경증권거래소 거래참가자규정 제15조에 의하면, "증권거래소는 거래참가자가 업무상 시장의 시설이용으로 인해 손해를 입더라도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한 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면책규정이 있었는데 재판부는 위와 같은 면책규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취소주문이 문제없이 잘 실행될 수 있는 매매시스템을 제공하지 못한 본건 시스템의 하자는 '경과실'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주문실수로부터 약 1분30초 후의 취소주문이 실행되지 않음으로 인해 생긴 손해는 면책규정에 의해 면책되므로 그 사이 이루어진 주식매매로 인한 손해는 배상액에서 제외하였다.

2. 매매정지권 불행사는 중과실로서 불법행위책임 인정
반면, 취소주문을 한 때로부터 5분39초가 경과한 9시35분 이후 동증이 '비정상적인 매매를 강제로 정지시키지 못한 부분은 현저히 주의의무를 결한 것으로서 '중과실'에 해당하여 면책규정에 의한 면책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당시 증권거래소업무규정 제29조 제3호는 "동증은 매매상황에 이상(異常)이 있거나 그러한 염려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또는 기타 매매관리상 매매를 계속하게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매매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일본 구 증권거래법 및 거래소업무규정은 유가증권시장 운영에 관한 전문가이면서 자주규제기관인 증권거래소에게 매매정지권한을 부여하고 그 자주적인 행사에 의거하여 유가증권 거래를 공정·원활하게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일정한 경우에는 일반적인 감독권의 행사에 그치지 않고 행정개입까지 허용하고 있으므로 매매정지권의 적절한 행사는 유가증권시장개설자인 증권거래소에게 주어진 의무 중 하나이다. 정상적인 결제가 불가능한 내용의 거래가 행해지는 것은 증권거래시장에서는 통상 예정되지 않은 상황이고 그러한 상황에서는 매매를 계속시키는 게 부적절하다는 점은 명백하다. 동증이 본건 주식매매에 관한 결제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그 점에 대해 검토를 하지 않은 채, 매매정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시장참가자와의 관계에서도 위법하다.
본 사안에서 1엔이라는 가격만 보더라도 통상적인 시장 상황에서는 경영파탄 또는 상장폐지시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주문임이 명백하고, 61만주라는 수량만을 보더라도 동증 스스로가 이상주문 내지 잘못된 주문으로 분류하는 5000단위를 크게 초과하는 것이다. 동증은 당시 제이콤의 발행주식총수 1만4500주의 42배 이상 현저히 웃도는 매도 주문이 행해졌다는 점을 이미 9시 30분경에 인식하였음에도, 잘못된 주문이 화면에 계속 남은 채 계속적으로 약정주식수가 증가되어 가는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였다. 동증으로서는, 본건 회사 주식의 매매상황은 시장의 원활한 유통을 저해하는 '이상'이 발생한 것으로 발주자에게 그 진의를 확인할 것도 없이 매매정지권을 행사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거쳤어야 한다. 동증이 거래소업무규정 제29조 제3항에 의한 매매정지권 행사를 해태한 것은 권한이 부여된 취지나 목적에 비추어 현저하게 불합리한 의무위반이라 할 것이고, 이 주의의무의 결여는 고의와 거의 흡사할 정도로 중한 과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과실상계의 비율
미즈호증권은 주식수와 주가를 착각하는 초보적인 실수를 하고 경고표시를 무시하는 현저히 부주의한 발주를 하였을 뿐 아니라, 그러한 단순한 과오에 의한 손해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발주관리체제가 불충분하였다. 그러나 동증은 세계유수의 거래량을 보유하는 증권시장을 개설하는 자로서 이에 걸맞는 기능을 가지는 매매시스템을 거래참가자에게 제공해야 하나 이를 해태하여 시스템운영 상 주식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것임이 명백한 매매거래를 계속하게 하였고 결과적으로 미즈호증권의 손해를 확대시켰으므로 동증의 과실이 더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동증과 미즈호증권의 과실비율을 7대3으로 한다.

Ⅳ. 시사점

제이콤주식 오발주(誤發注)사건은 증권거래소에서 사용하는 매매시스템이라는 특수한 정보시스템의 하자로 인해 10분이 채 되지 않은 시간 안에 손해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된 사안으로서, 일본 IT소송 중에는 최대급이라 불린다.

1. 금융기관 및 거래소의 인적·물적 통제시스템의 중요성
본 사건은 한 증권회사 직원의 어처구니없는 실수에서 촉발되었다. 인간이니만큼 실수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증권회사와 거래소의 인적·물적 통제시스템이 불완전하여 손해를 지나치게 확대시켰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당시 해당 증권회사에는 일응 매매주문시의 대응메뉴얼이 마련되어 있었으나 현장의 담당자들에게 전혀 주지되어 있지 않았고, 문제 발생 시 관계기관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으며, 주문 입력 시 체크시스템이 사람의 실수를 회피할 수 있도록 적절히 설계되어 있지도 않았다. 또한 동증의 주식매매거래시스템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불가능한 주문에 대해 그 주문을 그대로 접수하는 시스템인데다가 취소 주문조차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시스템이었다는 점은 선뜻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은 인간이나, 우리는 시스템 거래에는 인간의 컨트롤 능력을 뛰어 넘는 마치 원자력과 같은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한국 금융기관과 한국거래소도 유비무환의 심정으로 장래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시스템 결함으로 인한 불상사에 항상 미리 대비하고, 인적·물적 통제시스템을 상시 재점검할 수 있는 탄탄한 체제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2. 증권거래소의 위기대처능력의 중요성
본 판결은 주식거래시장의 개설자이자 유가증권시장 운영에 관한 전문가로서의 증권거래소의 공적 성격을 강조하면서 증권시장에 위기가 닥쳤을 때 거래소가 행정개입을 하여 투자자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명시적으로 의무를 부과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한국 증권시장의 유일한 개설자인 한국거래소도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증권시장에서 발생하는 이상거래를 심리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자본시장법 제377조 제8항). 모든 거래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고도의 컴퓨터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정상적인 매매패턴을 벗어나는 거래를 이상거래로 보아 적출해 내는 역할을 수행한다. 한국거래소는 사람의 실수와 시스템 하자가 결합한 위기상황 도래 시 신속하고 적절한 피해확산방지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적어도 일본 동경증권거래소와 같이 명백한 위기 상황을 늦장대응으로 외면하여 손해를 키우는 일은 없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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