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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지번주소와 도로명주소

이남철 법무사(서울중앙지법 외부회생위원)

요즘 법률실무에 임하는 과정에서 민원인들이 주소에 관하여 불편사항을 토로할 때가 많다. 지난 1월 1일부터 우리나라 법정주소가 '지번주소'에서 '도로명주소 체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도로명주소는 지금까지 쓰던 지번주소 중 '시, 군, 구(행정구 포함), 읍, 면' 까지는 그대로 쓰지만 '동, 리(里)' 와 번지는 '도로와 건물번호'로 바꿔 쓰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막대한 인력과 예산이 투입되어 올해부터 전면시행하게 된 것이다.

도로명주소로 바꾼 이유로 우선, 지번 주소는 일제시대 때 만든 것이고, 구획한 토지에 번호를 붙인 지번 주소는 토지분할로 1번지 옆에 59번지가 있는 등 체계적이지 못하고 또 같은 지번에 여러 개의 건물이 있어 찾기에 불편한 점이 많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유의할 것은 도로명주소가 전면 시행된다고 하여 지번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지번은 토지관리를 위하여 부여된 번호로서 부동산거래할 때 매매계약서에 부동산의 표시에 관해서는 지번을 쓰고, 거래당사자의 주소는 도로명주소를 사용하게 된다.

지금 시행의 초기라 익숙하지 않아서 혼란스러운 점도 있지만, 역사나 문화적 측면, 사용 편의성의 측면, 경제적인 측면, 서민들의 권리옹호 측면에서 우려되는 점들이 내재되어 있어서 개선이 요구된다. 먼저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주소는 일제시대 때 창설된 것이 아니고 조선시대에도 존재했던 것이다. 조선시대 때 호패법과 호적제도가 있었는데, 호적에는 성명, 주소, 나이, 본관 등이 기재되었다. 즉 조선시대의 주소에 일제가 땅의 번호를 더한 것이다. 미래의 역사인 통일과 관련하여 북한의 주소도 고려해야 한다.

새주소에는 마을이름이 없어졌다. 우리나라 '동, 리(里)' 즉 땅이름은 지역의 역사와 유래, 지세, 형세, 기후풍토, 지질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되어 그 역사가 유구하다. 가령 주(州)는 목사가 근무한 곳이나 왕비가 배출된 곳을 지칭한다. 선비마을, 효자동, 삽다리, 너덜리, 마장동, 초정리, 옥수동 등 그러한 동네의 지세와 문화적 특징이 고스란히 간직된 것이다. 사람들 대부분은 그 지기를 받아 어느 지점에서 태어났지 어떤 도로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동네이름을 괄호 안에 병기하는 것으로 해결을 한다면 주소가 길어진다.

사용편의성이나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이른바 '내비게이션'기술이 발달하여 우편배달부나 택배기사 또는 시민들이 사실상 찾아가지 못하는 곳이 거의 없게 되어 불편함은 거의 해소되었고, 오히려 정부나 공공기관, 각종단체, 기업들이 건축물대장이나 부동산등기부상의 주소, 회원(주주)명부 등 주소변경과 관리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 실제 물류비용 개선 못지않게 간접적인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거래 시에 지번과 도로명주소를 병기해야 하는 것과 관련하여, 서민들이 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과 소액우선변제권을 보장받으려면 임차인이 거주하는 주택의 실제 상황과 주민등록상의 주소가 정확하게 일치해야 한다. 기존의 지번주소로도 착오를 일으켜 부실신고함으로서 보호를 받지 못한 예가 많았다. 그런데 지금의 도로명주소로 바뀐 상황에서는 더더욱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점들을 고려할 때 지번주소와 도로명주소 간에 최대한의 정합성을 기하도록 개선하되, 안 되면 기존의 지번주소를 원칙으로 하고 도로명주소는 새롭게 개발되는 신도시지역으로 한정하여 사용함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