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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안현수 선수와 안철수 의원

윤배경 변호사(법무법인 율현)

소치 동계올림픽이 끝났다. 많은 사람들이 긴 겨울 밤을 지새우면서 우리 선수들을 응원했다. 하지만 결과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특히 김연아 선수가 멋진 연기를 펼치고도 은메달에 그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러시아의 텃세와 견제가 낳은 안타까운 결과였다. 미국의 동계올림픽 공식 방송인 CBS에서조차 동계 올림픽을 결산하는 자리에서 "러시아가 남한을 제물로 (at the expense of South Korea) 금메달을 획득했다"고 평가했다.

CBS가 빼놓지 않은 것은 안현수의 활약상이었다. 빅토르 안이 러시아로 귀화하여 쇼트트랙의 볼모지인 러시아에 금메달을 안겼고 자신은 삼관왕이 되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의 고국인 남한의 쇼트트랙 남자팀은 노메달로 귀국하게 되었다"고 귀뜸했다. 국민들이 안현수의 경기 모습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김연아 선수의 경우는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동계 올림픽 막바지에 열렸던 관계로 흥분의 여운이 짧았던 반면, 남자 쇼트트랙은 경기가 개회 초반부터 폐막 직전까지 간단 없이 열리는 바람에 국민들의 관심 밖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한국 남자 대표팀이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안현수가 이끄는 러시아 팀은 초반부터 승승장구했다. 특히 안현수가 폭발적인 스피드와 절묘한 코너워크로 경쟁자를 따돌릴 때에는 러시아는 흥분과 감격으로 뒤집어졌다. 그는 러시아의 영웅이 되었다. 그는 한 때 한국의 영웅이었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3관왕에 올랐다. 이후 나락으로 떨어졌다. 우리나라 빙상계의 고질적인 파벌 싸움에 희생양이 되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인 듯 하다. 우리 국민이 안현수의 성공에 박수를 보내는 것은 우리 사회에 깊게 꽈리를 틀고 있는 '비정상적'인 파벌과 줄서기의 폐단을 잘 알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대통령까지 나서서 빙산계의 비리를 척결하라고 일갈하였겠는가?

우리 사회에서 파벌과 줄서기가 가장 극심한 곳은 정치판이다. 한 때 우리 국민은 안철수에 열광했다. 그는 안락한 의사 생활을 마다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몰입했다. 컴퓨터바이러스 퇴치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돈도 모았다. 고단한 삶에 지친 젊은이들과 30~40대의 멘토 역할을 하면서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2012년에는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까지 오르면서 정치에 뛰어 들었다.

그러나 막상 부딪쳐 본 정치는 만만치 않았다. 조직과 자금력 그리고 정보력을 갖춘 기존 정치판의 틀에 포위되었고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큰 좌절을 맛 보면서 우리 정치 지형이 얼마나 고착화되었는지 피부로 느꼈을 것이다. 안철수는 지난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안철수 의원의 말 한 마디, 행동거지 하나가 관심거리일 정도로 영향력은 여전하다. 그가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당을 창당하여 조직화에 시동을 걸었다. 문제는 그의 이러한 조직화가 또 다른 정치적 파벌과 줄서기를 낳을 것이란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언행은 모호하다. 신당의 정치적 지향점은 물론이고 당장 야당과의 지방선거의 연대 가능성마저도 확실하지 않다. 자신의 선수 생활을 위하여 국적까지 포기했던 안현수의 결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안철수 의원이 자신이 체험한 기존 정치판의 질서에 환멸을 느꼈다면, 이에 대한 척결을 결연히 외쳐야 했다. 우스개 소리로 차라리 안현수 선수가 신당을 창당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