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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토론

[찬반토론] 법관평가 하위명단 공개 - 반대

윤태석 교수(연세대 로스쿨)

 법관평가에서 '하위법관'으로 지목된 법관들의 실명을 공개하는 문제를 두고 법원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마찰을 빚고 있다. 서울변회는 하위 평가를 받은 판사들을 재판 업무에서 배제시키는 등 인사에 반영해 대법원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 측은 명예훼손의 우려와 함께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단 서울중앙지방법원(원장 이성호)과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나승철)가 협의체를 구성해 법관평가와 소송절차 개선방안 등에 대한 적절한 해법을 찾기로 해 간신히 파국은 면했다. 하지만 하위법관 실명 공개를 둘러싼 논란은 법조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계속되고 있다. 하위법관의 실명을 공개하는 방안에 대한 찬·반 의견을 통해 바람직한 법관평가의 방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변호사 단체에서 시행하는 법관평가의 필요성에 대하여 필자도 동의하고 있다. 비교법적으로도 변호사 단체에 의한 법관평가의 정당성이 대체로 인정된다. 특히 우리 헌법은 법관에 대하여 임기제와 연임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법관으로서 부적격자를 변별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우리의 경우와 같이 법관에 대한 인사권이 전적으로 법원조직 내부의 대법원장에게 귀속되어 있는 제도 하에서는 인사권자의 의향에 지나치게 전도되는 재판성향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사법운영에 국민 참여를 높여 사법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기존에 이루어지고 있는 법원조직 내부의 법관평정 제도와는 별도의 법원조직 외부의 시각에 의한 객관성을 담보할 법관평가 제도는 필요하다(졸저, 법관평가에 대한 비교법적 고찰, 인권과 정의, 제427호, 제68~제80면 참조). 그렇다고 하더라도 평가 결과 특히 평가하위법관의 명단을 국민에게 공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는다.

평가 결과를 공개하게 될 경우의 일정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를 정리해 보면 ①인사권자에 의한 평가가 아님에도 법관부적격자로 공개적으로 인정되어, 법관으로 하여금 법관인사와 연임심사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에 의해 평가 결과에 대하여 강한 거부감을 가지게 함과 아울러 법관독립성의 침해수단으로 인식될 수 있고, ②재판당사자에게는 자신의 재판부가 자질이 부족한 것으로 인식되어 재판거부 반응이 발생할 수 있으며, ③인사권자의 인사평정에서 부족한 평가를 받은 법관이 외부적으로 공개되는 법관평가에 편승하여 엄정하지 못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고, ④인사권자에 의한 평가와 평가 결과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면 인사권자에 의한 정당한 인사에 대해서도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어 공정한 인사권의 행사를 방해할 수 있다.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제도라면 그 도입의 정당성과 필요성이 수긍된다고 하겠지만, 앞서 본 부정적인 효과도 동반하는 경우 부정적인 효과를 제거하고 긍정적인 효과만을 가질 수 있는 다른 대안적 방안이 없는지를 고려해 보아야 한다.

'법관인사권은 대법원장에'… 헌법정신 침해 우려
연임심사 등 부정적 작용… 법관독립성 침해 가능

법관평가 결과에 대하여 대체로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도 종신직에 해당하여 더 이상 재임용심사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연방판사의 경우에는 연임심사제도가 있는 우리의 경우와 상이하여, 그 공개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위 부정적인 효과는 우리와 커다란 차이가 있게 된다. 반면 대체로 임기제와 연임절차가 있는 주법원 판사의 경우에도 그 인사권이 주민에게 있어 연임절차는 주민의 선거에 의해 결정되거나 또는 주민에 대하여 직접 선거책임을 지는 주지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므로, 일반에게 공개되는 법관평가 결과에 따라 선거 또는 지명이 이루어지게 되고 이는 결국 인사권자에 의한 조직 내의 근무평정과 별개의 것이 아니어서, 그 부정적인 효과도 우리와 차이가 있다. 우리의 경우 변호사단체에서 이루어진 법관평가 결과를 일반에 공개하는 것은 앞서 본 부정적 효과로 인해,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법관의 인사권을 대법원장에게 귀속시키고 있는 헌법정신을 침해할 우려가 있기에 찬성하지 않는다. 변호사단체는 평가 결과에 대하여 회원들 상호간에는 공유하되 일반 국민에게는 공개하지 않도록 한다.

법관인사권자인 대법원장은 국민이 위임한 법관인사권에 대하여 공정성과 국민의 신뢰를 더 높이는 인사권의 행사가 되도록 변호사단체에 의한 법관평가 결과를 수용하되, 그 평가 결과를 법관들이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 평가로 전환하여 일정 부분 법관인사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