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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따뜻한 후견인 되기

이남철 법무사(서울중앙지법 외부회생위원)

입춘이 지나고 정월대보름이 왔는데도 여전히 매서운 찬바람이 불고 눈이 내린다. 이맘 때 우리네 풍습은 부럼을 깨고 쥐불놀이 하는 것이다. 부럼깨기는 한해의 건강을 기원하는 것이고 쥐불놀이는 풍년농사와 관련이 있다. 오래 전 시골에서 정신지체장애가 있는 또래가 깡통에 불씨를 넣고 돌리다가 실수로 초가집에 불을 낸 적이 있었는데 그 뒤부터 동네 안에서는 쥐불놀이가 금지되었다.

경기도에 사는 지적장애 2급인 38세의 A씨는 어머니와 지내던 중 최근 어머니가 사망하게 되어 앞으로 살아갈 일이 막막하다. 지역의 B사회복지기관에서 주기적으로 밑반찬을 지원하고 있으나, 위생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여 부패한 반찬을 먹거나, 쉰밥을 먹는 등 혼자 살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가건물에 살고 있어 주거가 불안정하였고, 보일러를 조절하거나, 빨래를 하는 행위 등 일상생활이 원활하지 못하여 어머니가 사망하게 된 것은 A씨에게 매우 심각한 위기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B 사회복지기관에서는 A씨의 권리를 대리하거나 계약을 대신하는 등의 행위가 어려워 서비스에 한계가 있었다.

그리하여 인근에 있는 법무사 C는 A씨에게 성년후견제도를 설명한 후 동의를 받아 성년후견심판청구를 하였다. 가정법원에서는 후견인으로 B와 C를 지정하여 B에게는 신상보호를, C에게는 재산관리를 하게 하였다. 후견절차에 들어가는 비용의 일부는 소송구조제도를 이용하고, 부족한 부분은 법무사 C의 봉사활동으로 임하게 되었다. 먼저 시설입소에 관하여 본인 A는 입소할 의사가 없어서 고민하던 중 국민임대주택신청자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국민임대주택신청 및 계약업무를 성년후견인 C가 하고, 일상생황에 대하여 B사회복지기관에서 공공후견인으로서 약간의 보조금으로 서비스하기로 하였다.

작년 7월 1일부터 시행한 성년후견제도하에서 가족후견인이 아닌 제3자 후견인이 선임되는 위와 비슷한 사례가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다. 대한법무사협회 산하의 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에서는 올해부터 '따뜻한 후견인되기'운동을 펼치고 있다. 따뜻한 후견인 되기는 법무사 소속 회원 1인이 최소 1인의 후견인이 되어 재능기부활동을 하는 것이다. 후견사례, 특히 취약계층에서의 후견이 필요한 사례를 수집하여 신청절차부터 후견개시 나아가 후견인으로 선임이 되어 구체적인 활동까지 법무사가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러한 지원을 통하여 국민들의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이해와 그 활용도를 높이고 제도발전에 기여를 하고자 한다.

인권활동이나 사법개혁도 누군가가 해야 하지만, 우리 주변에 장애가 있는 취약계층이나 노인성 치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들에게 법조인이 갖고 있는 재능을 기부하여 후견하는 일이 더욱 절실한 때이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힘든 상황에 대하여 누군가는 지원해야 하는 일을 법무사들이 실천하겠다고 나섰다. '따뜻한 후견인 되기'운동에 법조계의 관심과 응원이 절실히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