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목요일언

별이의 진실게임

황은영 부장검사(서울중앙지검)

오후 5시. 한창 바쁜 시간인데 휴대폰이 울린다. 좀체 전화를 하지 않는 아들의 전화라 얼른 받아들었다. "엄마! 별이가… 자기 똥을 먹었어. 어쩌지?" 별이는 몇 달 전 입양한 2살짜리 강아지 이름이다. 요크셔테리어인데 그 특유의 재롱으로 단박에 온가족의 '반짝반짝 스타'가 됐다. 그 귀엽고 영리한 별이가 똥을 먹었단다. 맙소사! 똥개란 말인가?

얼른 아들에게 되물었다. "먹는 걸 봤어?" 아들의 자신 있는 대답. "학교에서 돌아와서 현관문 열었을 때 별이가 화장실 바닥에다 누는 걸 봤는데, 책가방 내려놓고 화장실로 가니까 입맛을 다시고 있었고, 바닥에 똥이 없었어. 그럼 먹은 거 아냐?" 다시 물었다. "똥 누는 걸 정확히 봤냐고?" 나의 계속된 추궁에 약간 망설이는 아들. "별이가 화장실에서 항상 똥을 누는데 화장실에 있었고, 뒷다리를 구부린 자세였는데…, 그럼 똥 눈 것 아냐?"

무언가 실마리를 잡은 나는 계속 따져 물었다. "바닥에 눈 똥을 직접 봤어? 먹는 걸 직접 봤어?" 아들은 완전 기가 질린다는 듯이 "직접 본 거는 아냐. 근데 똥을 먹은 게 맞아. 엄만 왜 내 말을 안 믿어?" 난 아들의 짜증에는 아랑곳없이, "똥을 누는 것도, 먹는 것도 직접 본 게 아니네. 그렇다면 별이가 똥을 먹었다고 단정할 수가 없잖아?" 아들은 신경질을 내면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날, 일찍 들어와 저녁 내내 별이를 관찰했다. 보란 듯이 화장실 바닥에 볼 일을 보고, 내게 다가와 "치워 주세요"라는 눈빛으로 꼬리를 흔든다. 난 안도했다. 그 후 별이가 하루 종일 혼자서 무얼 하는지 난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이 예쁜 강아지가 똥을 먹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내 '믿음'을 깨뜨리고 싶지 않을 뿐이다. 내가 보지 않은 '진실'은, 어느덧 볼 수 있음에도 스스로 외면하는 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