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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사실인정과 오판

김대휘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법관의 오판, 특히 형사사건에서 심급간 유무죄 판단이 달라진 경우가 종종 있어 왔다. 오판으로 밝혀진 주요 사건들도 있었지만 일반사건은 오판인 채로 묻혀 버린 경우도 많이 있을 것이다. 한편 무죄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진범인으로 밝혀진 경우도 나오고 있는데, 비록 증거법칙상 무죄가 된다고 하여도 이 역시 오판이라 할 것이다. 이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검사가 범인을 다시 기소하거나 재심청구를 할 수 없지만, 영국에서는 재심을 허용하고 있다.

법관의 사실인정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고, 상고심에서 사실인정의 오류는 시정되지 않는다. 법원에 대한 불신도 법률판단이 아니라 주로 사실인정의 오류에서 나온다. 증거의 한계, 설득의 미흡이 오류의 주된 원인일 것이지만, 법관의 오판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법관의 오판에 관하여 외국, 특히 미국에서 실증적인 연구가 많이 나왔고, 우리나라에서도 연구가 시작되었는데, 실무가들도 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최근 서울고법의 김상준 부장판사가 1심 유죄판결이 항소심에서 무죄로 바뀐 실제 강력범죄 재판사례 540건을 대상으로 실증적인 분석을 하고 법심리학적인 연구를 하여 그 성과를 책으로 발간하였다. '무죄판결과 법관의 사실인정'이 그것인데,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의 치열한 고민과 탐구정신의 소산이라고 생각된다.

그는 심급간 유무죄 판단의 차이를 보인 가장 주된 요인은 판단자들 사이에서 취약한 유죄증거에 대한 감지능력의 편차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증거유형은 허위자백, 공범의 허위자백, 피해자 또는 목격자의 오인 지목진술, 피해자 허위진술 또는 피해오인진술, 과학적 증거의 오류, 불충분한 정황증거 등이었는데, 이런 감지능력 차이를 판단자에 내재해 있는 심적 한계인 터널비전(Tunnel Vision)에 연유한 것으로 보았다. 법관들도 인간인 한 고정관념이나 편견(Bias) 때문에 일반인들이 저지르기 쉬운 인지적 착각과 실수를 범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재판상황에서 착각과 터널비전 때문에 질 낮은 증거의 함정에 빠지게 되면 판단을 그르칠 위험이 있다고 한다. 특히 재판현장의 상황과 경험은 법관들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을 배제한 채 유죄추정의 편향으로 빠지게 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암묵적 편향에 관한 법심리학적 연구를 소개하면서 일단 무의식적으로 심어진 편향성은 개인의 의식적인 노력만으로는 잘 극복될 수 없으므로, 법관들이 직업적 경험과정 중 혹여 갖게 된 편향성이 암암리에 판단에 개입하는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선입견은 법관의 직업적 경력뿐만 아니라 전 사회화 과정에서 형성된다. 법관들이 출신이나 배경, 경험, 학습, 취향 등에 의하여 습득된 정치적 관점이나 사회적 관심 등에 따라 어떠한 편견을 가질 수 있고, 법관의 판단이 피고인의 미모나 인상, 태도 등에 좌우되기도 한다는 경험적 연구도 나와 있다. 결국 법관이 자신의 편견이나 입장에 '무지의 베일'을 가리고 보편타당한 사실관계의 재구성을 하려는 의식과 그를 위한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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