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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언

누범(累犯)과 누범(淚犯)

강태훈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 지 3년 내에 다시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저지른 때에는 누범(累犯)이 되어 그 죄에 정한 형의 장기 2배까지 가중처벌된다. 피고인이 누범으로 처벌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가중처벌보다는 집행유예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해 범죄에 정해진 형(법정형)에 벌금형이 있는 경우 벌금형을 선택하면 누범에 해당하지 않아 집행유예가 가능하기 때문에 피고인은 벌금형을 간절히 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법원은 출소 후 단기간 내에 특히 종전 범행과 동종의 범행을 저지른 때에는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 법정형에 벌금형이 있는 경우에도 징역형을 선택하여 누범으로 처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왼쪽 무릎 아래가 없는 장애인이 불구속 기소되었다. 그의 공소사실은 음주운전 등으로 복역을 마친 지 두어 달 만에 또다시 음주운전을 하였다는 것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법정형 중 징역형을 선택하면 누범에 해당되었다.

그런데 선고 며칠 전 피고인이 환각물질을 흡입한 혐의로 구속되어 기존사건에 병합되었다. 종전 사건을 누범으로 처벌, 즉 실형선고를 하고 법정구속을 해야 할지를 고심하던 터라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피고인은 공판기일에 "다리를 절단케 한 괴사가 계속 되고 있어 간헐적으로 심한 통증에 시달린다, 범행 당일 지긋지긋한 고통이 시작되자 누군가가 유사휘발유에 환각성분이 있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 이전에 주유하고 남은 유사휘발유를 흡입하였다"고 했다. 진단서에도 '괴사가 진행 중'이라고 쓰여 있었고 실제로 그의 무릎은 곰팡이가 핀 것처럼 거뭇거뭇하였다.

국선변호인은 피고인의 처에게 탄원할 기회를 달라고 했다. 이를 허락하자 방청석 중간에서 중증장애인이 힘겹게 일어났다. 그녀는 알아듣기 힘든 목소리로 어린 딸을 위해 남편을 풀어달라며 울었고 피고인도 통곡을 하면서 용서를 빌었다. 그날 방청석엔 당시 논란이 심했던 다른 재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는데, 그들 대부분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목이 메어 몇 분을 진정하고서야 가까스로 재판을 마칠 수 있었다.

2주 후 피고인의 죄질은 좋지 않지만 범행 경위, 재범 가능성, 가정환경 등 여러 정상을 참작하여 벌금형을 선고, 석방하였다. 오랜 시간이 지난 요즘도 가끔 그 부부가 생각난다. 딸아이를 잘 키우며 건실하게 살고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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