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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해산심판'에 민사소송법령 준용?

정태호 교수(경희대 로스쿨)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부의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계기로 여러 실체법적·절차법적 쟁점들이 부상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이 최근 정당해산절차에 민사소송법령을 준용하도록 한 헌법재판소법 제40조의 한정위헌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함에 따라 민사소송법령의 준용의 합헌성도 이 사건의 선결 문제로 대두하였다.

정당해산심판제도의 악용 위험성을 낮추고 심판결과에 대한 당사자의 승복의 용의를 높이려면 이 절차를 규율하는 사리에 맞고 또 법치국가적 요청을 충족하는 섬세한 규율을 담은 절차법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법은 소수의 특별한 규율 이외에는 민사소송법령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준용의 기본전제는 준용되는 법적 규율의 대상과 이 규율의 준용을 필요로 하는 사항 사이의 유사성이다. 그러나 정당해산절차의 소송물이 우월적 국가권력에 의하여 피소된 정당의 민주적 기본질서에의 위배 여부이며, 위헌정당에 대한 강제해산, 정당재산의 국고귀속은 일종의 집단형벌로 볼 수 있다는 점 등은 이 절차가 민사소송보다는 형사소송과 유사성을 가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 때문에 독일에서는 이 절차는 '준형사소송절차'로 지칭되고 있다. 그러므로 정당해산절차에 민사소송법령을 준용하도록 한 것은 중대한 입법적 오류라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증거법영역에의 민사소송법령 준용은 법치국가적 요청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요건사실에 대한 증명의 정도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고도의 개연성 증명으로 낮아지고, 유죄인정과 관련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고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형사소송법의 각종 장치들이 준용될 수 있는 여지가 사라지게 된다. 정부가 증거로 제출하는 수사기록을 비롯한 공무원 작성문서의 진정성 추정을 정당이 일일이 반증을 통해 깨야 하는 등 정부가 해산요건에 대한 입증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정당이 해산요건의 미충족을 입증해야 하는 사실상의 부담을 지게 될 수도 있다. 이는 부조리하다.

헌법재판소법 제40조도 이 때문에 민사소송법령의 준용을 '헌법재판의 본질에 반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하도록 하였다. 정당해산절차의 본질에 반하는 민사소송법령의 준용은 위법이자 위헌이다. 증거문제에 관한 규율의 흠결은 형사소송법령에 의거하여 보충하여야 한다. 야당에 치명적인 정당해산제의 오남용 억제를 위해서도 해산요건에 대한 입증은 형사소송에 준해 이루어져야 한다. 헌법보호를 위한 활동도 법치주의의 예외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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