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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대화가 필요해!

윤배경 변호사(법무법인 율현)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란 속담이 있다. 칼로 물을 벨 수는 없듯이 아무리 부부싸움을 해도 헤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이 속담이 통용되던 시기가 있었다. 유교적 가치관이 집안의 질서까지 규율하던 때 말이다. 남편인 가장의 권위는 절대적이었던 반면 여성의 경제적 자립은 불가능했다. 이혼은 가문의 수치요, 범죄였다. 한번 맺어진 인연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끊을 수 없는 것이었다. 싸움은 여러 가지 원인에서 시작되었을 망정 남편의 일방적인 주장이나 폭언으로 끝을 맺었다. 희생자는 대부분 힘 없는 아내였다.

일단 부부싸움을 하게 되면 아무리 고상한 척 하더라도 깊은 상처를 남기는 법이다. 칼로 베인 상처를 자상(刺傷)이나 창상(創傷)이라고 하듯이 마음 깊이 스며들어 한이 되고 울화가 된다. 소박 당한 여인의 운명이 비참하기 그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아내는 난자 당한 상처를 가슴에 안고 벙어리처럼 평생을 살았다. 그래서 부부 싸움은 칼로 물을 베는 것처럼 별 뒤탈 없이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였으리라. 수신제가(修身齊家)를 덕목으로 했던 조선시대의 사회질서는 이런 부창부수(夫唱婦隨)의 이념이 정치체계로 승화되었다. 문학에도 투영되었다. 조선의 선비들은 곧잘 임금을 남편으로, 신하인 자신을 아내나 첩으로 비유하곤 하였다. 송강 정철은 사미인곡에서 지존에 대한 변치 않는 사랑을 노래했다. 그는 당파 싸움에 화를 입고 유배지에 있으면서도 부군에 대한 영원한 충절을 과시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어떤가? 사소한 부부 싸움이 극단적으로 결말지어지는 것을 자주 목도한다. 오늘날 아내들은 참지 않는다. 그녀들은 '아니다' 싶으면 결단을 내리는 데 주저함이 없다. 속담이 바뀌어야 한다. '부부 싸움 하다 칼로 몸 베인다.' 이는 우리 사회의 가치관 그리고 정치 이념과도 맞닿아 있다. 남녀의 지위가 대등해지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진 것이다. 성장의 배경이 다른 남녀가 만나 한 지붕에서 사는 데 부부 싸움이 없을 수는 없다. 단지 싸움을 하더라도 극단의 사태를 피하도록 지난한 노력을 해야 할 뿐이다. 가정마다 나름대로 노하우가 있겠지만, 역시 소통이 최고다. 지난 해, 우리나라 부부의 하루 동안 대화 시간을 조사했더니 세 쌍 중 한 쌍은 30분도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는 보도가 있었다. 부부 간의 대화 단절은 가정의 유대가 약화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배우자에 대한 이해 부족 상태는 가정이란 구조물을 뒷받침할 기초가 취약하다는 뜻이다. 사소한 말 다툼, 일시적인 '삐짐'조차도 파국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가정의 해체는 우리 사회의 안정망을 뒤흔들 것이다. 눈 앞에 칼을 보듯 두렵다.

정국이 갈수록 경색되어 간다. 청와대 대변인은 "원칙 있는 불통은 자랑스러운 불통"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시대 선비마냥 국정을 가정사에 비유한다면 소통이 원활하여야 한다. 부부 사이에 '원칙 있는 불통'이란 있을 수 없다. 남편이든 아내든 제 생각과 맞지 않는다고 대화를 거부한다면 따뜻한 저녁을 함께 할 수 있는 스위트 홈(sweet home)은 사라지고 차갑고 어두운 '지옥'이 있을 뿐이다. 더 불행한 것은 자녀들이다. 말 없고 차가운 아빠의 눈, 말 없고 어두운 엄마의 얼굴을 보면서 밤낮 가슴 졸인다. 어린 것들이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부모라면 자식들 앞에서 그런 것 가지고 '자랑스런 불통'이라고 호언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정치하시는 분들이 서로 대화하는 노력을 다 해주기를 바란다. 어린 백성을 위해서, 하루 30분만이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