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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점

손창완 교수(연세대 로스쿨)

올해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법정드라마가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탤런트 이보영이 열연한 드라마의 주인공 장혜성 변호사는 국선변호인 면접에서 자신이 억울하게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한 경험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드라마에서는 극중 장혜성 변호사의 어린 시절 경험이 그를 법조인의 길로 이끈 원점으로 그리고 있다. 법조인들 누구에게나 자신을 법조인의 길로 이끈 '원점'이 있을 것이다. 그 원점이 개인적인 것이든 아니든 말이다. 필자는 드라마를 보면서 필자를 법조인으로 이끈 원점이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필자의 경우에는 '아버지'였다. 지방 소도시에서 건설업을 하던 아버지는 건설회사 명의의 수표가 친구에 의해 부당 보충되어 발행되는 사건을 겪었고, 아버지는 억울한 사정을 풀고자 친구를 검찰에 고소하였다. 그런데 수사과정에서 고소사건 자체가 없어지고 담당검사는 수사 도중에 전근을 가는 일이 발생했고, 당시 피고소인의 변호사는 아버지에게 "검사장에게 3000만원을 주고 모든 일을 해결했으니 모든 걸 포기하고 합의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아버지는 경영하던 건설회사를 피고소인에게 넘겨주고서야 풀려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아버지는 술만 드시면 그 일로 인해 힘들어 하셨고, 필자에게 법조인이 되라고 늘 당부하셨다. 이후 그 검사장이 법무장관이 되고, 그 변호사가 국회의원이 되었을 때 가졌을 심정은 어떠했을까 생각하면 참 가슴이 답답해진다. 필자의 아버지가 필자에게 바란 것은 당신과 같은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법조인의 사명은 '정의실현'이다. '정의실현'이라고 하면 거창한 것처럼 들리지만 자기가 맡은 사건에서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하려는 법조인 개개인의 집단적인 미시적 노력이 쌓여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믿는다. 다시 한해가 가는 지금 자신을 법조인으로 이끌게 한 '원점'을 다시 생각해 보고 심기일전하는 기회를 가지면 어떨까 생각한다. 그리고 올 한해도 억울한 사정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억울한 사람이 발생하지 않도록 밤낮을 잊고 고생한 대한민국의 법조인들에게 머리 숙여 깊이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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