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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공기업 위기

박영수 변호사(법무법인 강남)

최근 들어 우리나라 공기업 부채의 심각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공기업 부채는 총 439조원으로 국가부채 총액 902조원의 절반에 이르고 있다. 그 가운데 문제된 12개 공기업 부채는 412조원으로 하루 이자만 214억원이다. 일부 공기업의 경우에는 영업으로 번 돈으로 이자도 못내는 형편이고 원리금 상환은 아예 꿈도 못꾼다고 한다. 공기업의 빚은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국민의 부담이 된다. 그러나 국민들 대부분은 이런 심각한 상황을 알지 못하고 지내왔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무 보고에 공기업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디스는 2010년부터 공기업 부채를 '인구 고령화', '가계 부채', '북한 문제'와 함께 한국경제의 4대 리스크 중의 하나라고 이미 지적해왔다. 대한변협에서도 세금낭비 방지 차원에서 공기업 부실화 방지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정부도 이러한 심각성을 인식한 탓인지 늦은감이 있지만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내놓아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정부의 정책실패로 인한 책임을 공기업이나 노조에 떠넘기고 있다고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감사원도 공기업 부채증가액의 반 이상이 정부정책사업 시행과 공공요금 억제로 발생한 것으로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정부의 공기업 정상화 대책도 현재의 위기상황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경영 측면만 강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책임경영의 요체는 공공기관 기관장 인사의 독립과 사업수행의 독자성이다. 공기업 임원에 전문가도 아닌 전직 정부 관료나 정치인들을 임명하는 소위 '낙하산'인사로는 책임경영은 요원하다. 또한 정부의 과시성 사업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선심성 사업을 공기업에 떠맡기는 행태도 지양되어야 한다.

공공선택론(public choice theory)의 메커니즘에서도 볼 수 있듯이 관료의 예산 극대화와 정치가의 득표 극대화, 유권자의 효용 극대화 차원에서 공기업을 활용하여 예산외 사업이 무리하게 추진되어 온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4대강 사업을 수행한 한국수자원공사나 해외에너지 개발에 참여한 여러 공기업들의 부채가 급격히 증가한 것이 실례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공기업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안정성과 수익성과 함께 무엇보다 공공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부채의 원인이나 내용이 공익을 위한 '좋은 부채'인지, 아니면 방만경영에 따른 '나쁜 부채'인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한전이나 도시철도, 상하수도 사업의 만성적자 상황을 다른 공기업과 같은 차원에서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너무 지나치면 공공기관으로서의 책무가 게을리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현재의 위기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공기업 자체의 혁신의지를 필요로 한다. 임원의 연봉이 사기업 수준을 능가하고 연간 직원 1인당 복리후생비가 삼성전자의 1052만원보다 많이 지출되고 있다면 경영혁신이나 수지구조 개선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임원이나 노조 모두가 서로 양보하고 극기하는 자세 만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성찰을 바탕으로 정부가 제시한 '공기업 정보공개','구분회계제도', '경영평가제도'가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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