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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언

법조인과 사교

이경현 변호사(에이원 대표)

사교(社交)-사회생활을 위해 여러 사람이 모여 다른 사람들과 사귐(출처:다음사전).

오래 전에 지인이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영업시간이 끝난 후 친구들과 점당 500원짜리 고스톱을 치다가 누군가의 신고로 경찰서에 붙들려갔다. 다음날 즉결심판을 받는데, 법대에 앉은 판사님이 고스톱을 전혀 모르시더란다. 판사님은 법대 아래의 계장과 잠시 귓속말을 나누시더니 훈방을 하시더란다.

20년 전쯤 형사재판에 들어가 앞 사건을 구경한 적이 있었다. 청소년들의 강간사건이었는데, 피고인들이 당시 유행하던 '삐삐'로 만날 장소를 약속하는 내용의 신문이 진행되었다. 그런데 재판장님이 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거짓말한다고 피고인들을 매우 야단치는 것이었다. 저러다 피고인들에게 거짓말했다고 중벌을 내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었다.

법조인들이 세상사 모든 일을 다 알 수는 없다. 그러나 폭넓게 많이 아는 것은 필요하다. 그 안에서 균형 감각을 갖추어야 하는데, 많이 보고 익히고 체험하는 것밖에는 도리가 없다.

최근 1년간 대학 동기 모임에서 큰 행사를 치르는 데 깊이 관여하였다. 행사를 위해 인위적으로 여러 동호회를 만들고, 각종 모임을 주최하여 동기들끼리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많이 가졌는데, 학과별 특성이 눈에 띄었다. 법대가 의외로 소극적이었는데, 전에는 알지 못하였던 사람들과의 사교를 불편해 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들이 더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검사와 판사는 자리의 특성상 잘 모르는 사람과의 교제를 피하려는 듯하였고, 변호사는 고객 중심의 교제에 익숙한 탓인 듯하였다.

그러나 법조인들이 행하는 좋은 판결, 좋은 수사, 좋은 변론을 위해서는 책도 많이 읽고 영상물도 많이 보아야겠지만 나와는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많이 듣고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렇다고 아무하고나 사귈 수는 없으니 일정한 선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더 적극적인 사교활동에 노력해보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지 않은가 싶다. 그것이 건강에도 좋다고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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