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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법조계의 온도

이남철 법무사(서울중앙지법 외부회생위원)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고 따뜻한 아랫목이 그리워지는 겨울밤이다. 일본인 의사 사이토마사시(齋藤眞嗣)의 '체온1도가 내 몸을 살린다'라는 책에 의하면, '건강한 사람의 평균체온은 36.8±0.34도 인데, 체온이 1도 내려가면 면역력이 30% 떨어지고, 반대로 체온이 1도 올라가면 면역력은 5배에서 6배정도 올라간다'고 한다. 체온이 36도 이하로 떨어져 있는 상태가 저체온인데 이를 방치하면 암, 당뇨, 치매 등 성인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나아가 저체온의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에 있고, 몸이 건강하려면 꾸준히 평균 체온을 유지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한다.

마음의 온도는 몸의 온도 못지않게 사람과 사회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한다. 오히려 요즘같이 살기 힘든 시절에는 따뜻한 마음이 더욱 절실한 시기이기도 하다. 5000만 국민의 마음 온도를 1도씩 높이면 국민행복지수는 아마도 그 몇 곱이나 올라갈 것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이동건)에서는 매년 이맘때쯤 사랑의 온도계를 설치하고 시민들의 나눔실천을 권유하고 있다. 모금액 목표를 온도계 100도로 설정해 놓고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대국민 홍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한 조직적이고 공개적인 활동도 보이지만 우리네 마음의 온도를 올려주는 숨은 독지가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도 매년 들려온다.

법조계는 늘상 민원인들의 울화통, 미움, 차가운 시비로 인한 스트레스를 마주 대해야 하고 그들의 말을 잘 들어주어야 하는 직역에 속한다. 법조인은 피해자가 있고 가해자가 있는 관계에서 정의를 세우고, 채권자와 채무자간의 분쟁에는 소송이나 조정과 화해를 통하여 해결의 방향과 실마리를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 죄를 물어 추궁하는 시간이나, 억울한 사람의 민원을 들어줄 때에도 법조인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고 중립의 면역력을 지켜야 한다.

서민들의 분쟁에는 대체로 소액의 금전대차관계, 임대차, 고금리의 다중채무, 이주노동자의 출입국 관련 민원, 취약계층의 근로임금, 경미한 형사문제 등이 있다. 이러한 문제로 눈발이 날리는 추운 겨울날, 법조타운을 찾아 나홀로 소송을 하는 사람들의 발길은 무겁기만 하다. 그들이 화가 난 경우에는 그 열을 식혀주어야 하고, 하소연할 곳이 없어 마음이 얼어붙어 있는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난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법조타운의 서비스 온도를 높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그보다 먼저 그들이 직접 법원이나 법무부를 찾지 않고 집에서 가까운 법조인인 법무사들에게 민원을 위임하고 자신은 생업에 종사하도록 하면 더 바람직한 것이다.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사법서비스 접근권이 보장되는 시스템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지난 17대와 18대 국회에서 그러한 내용을 담을 시민들의 요구와 입법청원과 법률안이 국회법사위에 회부됐지만 인식 부족으로 법령을 정비하지 못하였다. 이는 어느 직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법조계 전체의 문제이고, 법조계가 1도라도 온도를 올려 따뜻한 마음으로 응답을 하면, 그 몇 곱절이나 되는 큰 신뢰와 사랑이 되돌아온다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