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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X 번호 변경 단상(斷想)

이경현 변호사(에이원 대표)

나는 휴대폰 01X 번호 사용자다. 1994년부터 사용했으니 20년 가까이 된 셈이다. 2년 전 2G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꾸면서 2년 후 010 번호로 변경하는 데 동의했더니 몇 달 전부터 오는 12월에 010 번호로 자동 변경되는데 그때가 되면 혼잡스러울 테니 미리 변경하라는 메시지가 계속 온다. 그럼에도 아쉬움을 떨치지 못해 미적대고 있다. 변경을 앞두고 보니 여러 추억들도 떠오른다.

초기에는 새벽녘에 잠자고 있다 전화벨이 울려 화들짝 놀란 경우가 많았다. 새벽까지 술 마시다 싸우거나 음주운전을 하여 경찰서에 끌려간 친구들의 전화였다. 와서 자기를 풀어달라는 건데 참 난감한 요청이었다. 그런 전화를 몇 번 받고나선 밤 10시 이후엔 전화기를 아예 꺼버렸다.

같은 번호를 오래 쓰다 보니 실로 10여년 만에 고객의 전화를 받는 기쁨도 종종 누렸다. "아니 아직도 옛 번호를 쓰고 계시네요. 혹시나 하고 전화해봤는데…"라고 한다.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요즘엔 아직도 01X를 쓰냐는 핀잔 비슷한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소수자 보호라는 민주주의 본질에 관한 문제도 떠오른다. 지금은 분명 01X 번호는 010 번호에 밀려 소수자 신세로 전락하였다. 기술적, 경제적 효율 면에서는 모두가 010으로 변경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항상 효율만을 추구할 수는 없는 것이며, 그런 면에서 소수자 보호는 필수적이다. 민주주의는 그렇게 발전해 왔고, 선진국일수록 소수자 보호에 충실하다. 01X 번호도 나 죽을 때까지 쓰도록 하면 안 되나? 1~2년 전쯤에 010 번호로의 강제변경 정책에 대해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모든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는 것, 떨쳐버리는 것, 그래서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것 같다. 그러나 변화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오는 것.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 내 오랜 친구와의 이별을 준비해야겠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