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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법정(Ⅳ)-변호사의 법복

강신섭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대표)

연전에 변호사협회에서 변호사가 법정에서 법복을 입도록 추진한다는 보도를 읽은 적이 있다. 법조삼륜(法曹三輪)의 두 당사자인 법관과 검사가 법정에서 법복을 입고 일을 하고 있으니, 다른 한 당사자인 변호사도 법복을 입고 변론을 하는 것이 변호사에 대한 존경심과 신뢰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 특히 형사법정에서 검사가 법복을 입고 공판에 임하고 있으므로, 그 상대방인 변호인도 법복을 입고 변론을 하게 하는 것이 변론의 신뢰성 형성에 있어서 공평하다고 보고 있었던 것 같다.

필자는 변협의 위와 같은 논의가 현재 어떠한 결론이 났는지, 현재도 논의 중인지 잘 알지 못한다. 당시 변협의 임원들은 변호사에 대한 사회적 존경심을 높이고 변호사의 권익을 지키려는 충정에서 위와 같은 논의를 하였을 것이라고 이해한다. 필자가 1991년도에 프랑스 파리지방법원에서 연수하는 기회를 가졌는데, 당시 파리 변호사들은 법정에서 법복을 입고 변론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 법정에서는 변호사들이 법복을 입고 변론하는 것 같지는 않다. 나라마다 사법(司法)의 역사가 다르고 제도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직무상 제복을 입는 전형적인 직역이 성직자인 것 같다. 스님이나 신부님들은 어김없이 승복이나 사제복을 입고, 목사님들도 설교를 할 때는 대부분 제복을 입는 것 같다. 성직자들의 제복은 종교적인 권위를 상징하고 신자들과의 차별성을 나타낸다. 또한 제복으로 성직자들에게 성직에 맞는 금욕과 절제를 요구하는 간접적인 효과도 기대한다고 한다. 그러면 성직자들이 요즘 제복을 입고 있어서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다양한 답변이 있을 수 있다. 다만, 북미(北美) 가톨릭에서 일부 사제와 수도자들은 이제 사제복이나 수도복을 벗어 버리고 낮은 모습으로 신자들의 속으로 돌아가자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고 하니, '검은 제복'이 반드시 종교적인 신뢰와 존경을 보장하여 주지는 않는 것 같다.

변호사들이 법정에서 법복을 입는 것은 우선 법원의 양해가 있어야 할 것이다. 설령 법원의 양해가 있다고 하더라도, 실무적으로 해결해야 일이 많다. 우선 법원에 탈의실이 있어야 한다. 탈의실이 없으면 법정 복도에서 법복을 착·탈의해야 한다. 실제로 프랑스 변호사들은 법복을 둘둘 말아 가방에 담아 와서 법정 복도에서 착·탈의하고 있었다. 동방예의지국에서 자란 필자의 눈에는, 참으로 볼썽사나운 모습이었다. 여성 변호사가 많아지는 작금의 현실에, 법정 복도에서 법복을 착·탈의하라고 하는 것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도 변호사가 법정에서 법복을 입는다고 하여 변호사의 직무와 직역에 대한 사회적 존경심이 높아질지도 매우 의문이다. 형식이 실체를 궁극적으로 해결하여 주지는 않는다. 변호사의 직무와 직역에 대한 존중은 결국 변호사들의 전문성 높은 서비스와 윤리적인 행동만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검은 법복'이 변호사들이 마주하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 같지는 않는다. 또 하나의 번거로움이 늘어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