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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개명의 자유?

김대휘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개명은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서 할 수 있는데, 과거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허가해 주었지만, 대법원은 2005년에 '이름이 인격권의 하나로서 자기결정권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 이 결정이 나온 이후 '개명의 자유'가 인정되었고, 그 결정 내용이 예규로 제정되었다. 즉, 개명을 허가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인정되고, 범죄를 기도 또는 은폐하거나 법령에 따른 각종 제한을 회피하려는 불순한 의도나 목적이 개입되어 있는 등 개명신청권의 남용으로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누구나 개명을 허가받을 수 있게 되었다. 법원마다 허가 기준에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실무상 신용불량이나 중한 전과가 있거나 재개명을 하려 할 때는 일정한 제한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가정법원장 재직 시인 2010년 6월 환경운동가인 30대 여성 2명이 자신들의 이름을 '사대강'으로 변경하여 달라고 신청하였다. 신청인들은 당시 지방선거 기간 중 정부의 4대강 사업의 찬반을 금지하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치에 대하여 '시민의 불복종' 운동의 일환으로 개명신청을 하였고, 신청서 제출 당시 법원 앞에서 자신들의 개명된 이름이 적힌 주민등록증 확대본을 들고 기자회견도 하였다.
필자는 당시 고민 끝에 다음과 같은 취지의 사유를 적시하여 이 사건 신청을 기각하였다.

첫째, 순수하게 개인적인 법익인 인격권 중에서 성명권을 주관적 공권의 적극적 행사로써 정치적 표현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허용하기 어렵다. 성명은 개인의 호칭이고 동일성의 표시로서 인격권의 한 내용일진대, 이를 정치적 표현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바로 인격권의 헌법적 근거인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 배치되는 것이다. 헌법 제10조의 인간 존엄이라는 명제로부터 '인격을 자체 목적으로 삼고 수단으로 삼지 말라'는 정언명령(칸트의 실천이성비판)이 도출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정치적 구호나 사회운동의 선동적 문구를 이름으로 사용하는 것은 인격권의 정당한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

둘째, 정치적 의견이나 현안 문제 또는 사회적 이슈와 관련하여 자신의 견해를 표시하는 방법으로 개명을 신청하는 경우, 개명이 자기결정권의 행사라는 이유로 무제한 허용한다면 남용의 우려나 폐단이 있을 것이 충분히 상정될 수 있다. 예컨대 '김일성'을 존경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이름을 똑같이 개명신청하거나 대통령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예컨대 '반이명박'으로 개명신청하는 경우, 신청권의 남용이 명백하다.

셋째, 신청인들이 개명하고자 하는 이름이 '사대강'으로서 그것이 인격의 표징이라기보다는 당시 정치적 현안이고 그 사업이 종결될 예정으로 있는 국가정책에 관한 것이고, 신청인들은 지금 사용하는 이름에 불편이 없음을 스스로 밝히고 있으므로, 그 신청 자체가 일시적, 즉흥적인 착상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러한 개명신청은 그 신청권의 남용이고 상당한 이유가 없는 것이라 본 것인데, 신청인들은 신청 자체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는지 항고하지 않아서 그 사건은 확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