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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비 유감

이경현 변호사(에이원 대표)

민사소송을 수행하다 보면 감정비에 대해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아리송할 때가 많다.

한 회사가 특허권자와 통상실시권 설정계약을 하고 사업본부를 신설하여 사업을 하였는데, 특허가 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해 1년 반 만에 사업을 접게 되었다. 이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먼저 특허가 주장하는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감정이 실시되었다. 원·피고 쌍방은 10여 가지의 감정 사항을 신청하였고, 모 연구소에서 약 3개월에 걸쳐 감정한 감정비는 370만원(부가세 별도, 이하 같음)이었다.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이해가 되었다. 특허가 효과가 없는 것으로 감정 결과가 나오자 이어서 그 사업으로 인해 원고가 입었다고 주장하는 손해(인건비, 원·부자재비 등) 약 4억여 원에 대한 감정을 신청하였는데, 모 회계법인에서 산출한 감정비는 임직원 17명이 참여한 것을 전제로 무려 6000만원이었다. 그 회계법인은 스스로 생각해도 과했는지 거기서 66%를 감액하여 2000만원을 청구하였다. 그래도 부담되어 원고는 감정을 주저했고, 재판부의 조정으로 사건이 종결되었다.

작은 인쇄업체가 중고 인쇄기계를 2200만원에 구입하여 사용하였는데, 3개월 만에 옆 사무실에서 불이 나 타버렸다. 감정 사항은 위 기계가 수리가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수리비가 얼마인지, 불가능하다면 잔존 가치가 얼마인지였다. 감정 결과는 수리가 불가능하며, 잔존 가치는 고철 값인 60만원 정도라는 것이었다. 감정비는 380만원.

요즈음 변호사 업계가 단군 이래 최대의 불황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사법연수원과 로스쿨에서 쏟아지는 변호사의 수를 감안하면 앞으로 반전의 기회는 없을 것 같다. 그런 분위기여서인지 수임료는 자꾸 하향하고 있는데, 이렇게 청구되는 감정비를 보면, 한편으로는 감정인들이 부럽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소송 당사자들을 봉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거품이 끼어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법원에서도 그 다양한 감정에 대해 통일적인 기준을 세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재판부의 적절한 소송 지휘 외에 묘안을 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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