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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임대차관계의 불완전한 공시

이남철 법무사(서울중앙지법 외부회생위원)

만산홍엽이 행인을 부르는 산행의 계절과 함께 세간살이를 옮기는 이사 철이 왔다. 주말이면 동네 뒷산부터 멀리 큰산까지 등산객으로 가득하고, 이삿짐을 실은 차가 여기 저기 골목을 지키고 서 있다. 전세에서 내집 마련으로 또는 전세로, 전세에서 반전세로, 사정에 따라 서쪽에서 동쪽으로 북쪽에서 남쪽으로 또는 그 반대로….

최근 법무부는 소액 임차인의 우선변제금 대상과 금액을 상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및 보호 대상 범위를 확대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의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에 의하면, 서울에 사는 임차인의 경우 우선변제가 가능한 보증금 액수를 현행 7500만원에서 9500만원 이하로 확대하고, 우선변제금도 2500만원에서 3200만원으로 높였다. 상가임대차보호법시행령의 경우 서울은 3억원에서 4억원으로,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은 2억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광역시 등은 1억8000만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그 외의 지역은 1억5000만원에서 1억8000만원으로 보증금 상한액을 올려 보호범위를 넓혔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1981년부터 시행되고, 상가임대차보호법은 2001년에 제정되어 그 이듬해부터 시행되었다. 그 후 우리나라 경제 사정의 변화에 따라 임차인의 보호범위를 확대해 왔다. 그런데 법률제정 시부터 제기되었던 공시기능의 취약점과 집행 단계에서의 불안정성에 대하여 아직 뚜렷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등기가 없어도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는 그 다음날로부터 제3자에게 대항력을 부여하고, 추가적으로 계약서에 확정일자까지 받으면 그것으로 저당권과 유사한 효력을 줌으로 인하여 원칙적인 공시방법인 등기가 무시되고, 담보가치에 대한 불신과 하락, 가장임차인에 의한 경매절차에서의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
공시제도의 원칙적 모습인 등기를 하지 않고 인도와 주민등록이라는 불완전한 공시만으로 그러한 효과를 주는 이유는 집주인들이 등기를 꺼린다는 점과 임차인 등에게 등기비용의 부담이 된다는 사정을 고려한 입법정책이었다.

그런데 ① 30년전과 다른 변화된 현재의 경제사정 ② 보증금액이 1억원이 넘는 가구가 많이 늘어난 점(한국주택금융공사가 최근 조사한 '2012년 주택금융 및 보금자리론 수요실태조사'에 따르면, 임차 보증금은 평균 1억183만원이 된다) ③ 공시기능의 허술로 인하여 경매과정에서 이른바 '가장임차인', '보증금액의 변조', '깡통전세'(최근 부동산경매사이트의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경매로 나와 낙찰된 수도권 주택 1만2767가구 중 7582가구에 세입자가 있었고 이 중 6023가구가 전세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집계됨)의 문제 ④ 1999년부터 도입한 '임차권등기명령제도'는 임대차종료시의 대책이라 효과가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제는 임대차관계를 설정하는 시점에서 명확하게 임차권등기를 통하여 그 대항력을 주는 원칙적인 모습으로 전환함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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