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목요일언

국제화시대 재판상(像)

전주혜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100만 원에 처한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던 피고인은 판결 선고 직후 긴장이 풀린 듯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더니 이내 뒷목을 잡았다. 피고인에게 고혈압이 있던 차라 의자에 앉게 한 다음 물을 권했더니 컵을 잡은 손을 부들부들 떨며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했다. 선고를 앞두고 얼마나 마음을 졸였나 싶었다.

1심에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고 항소한 피고인이 2심에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고 연신 고개 숙여 고마워한 까닭은, 그가 외국인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출입국관리소에서는 형사재판에서 2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외국인을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등으로 보고 강제퇴거 대상자로 분류하고 있다. 이 경우 꼭 바로 강제퇴거되는 것은 아니지만, 체류기간 만료 후 다시 체류연장이 안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사건에서도 조선족으로 중국 국적자이던 피고인은 1심에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자 그 직후 이루어진 체류기간 연장심사에서 6개월만 연장받았다고 했다. 50대 후반의 피고인은 가사도우미로 일하면서 중국에서 같이 나온 가족들과 생활하고 있었는데, 만약 벌금 200만 원이 확정되면 가족들과 생이별할 처지이다 보니 재판에서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외국인 전담부를 맡으면서 우리나라가 국제화, 다문화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을 절로 실감한다. 이와 더불어, 국제범죄에 노출될 위험 또한 커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보이스피싱 범죄 피고인들은 대부분 중국인들이고, 위조카드사용 범죄 피고인들 중에는 동남아시아에서 입국한 외국인들이 많다. 인터넷 해킹을 통한 사기범죄는 나이지리아인들이 많이 저지른다.

피고인들 중에는 범행 목적으로 입국한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나라에 살다가 범죄에 연루되어 강제퇴거될 상황에 처한 피고인들도 있다.

출입국관리소에서는 강제퇴거의 기준이 되는 벌금형을 200만 원에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정착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지는 현실에서, 한순간의 잘못으로 하루아침에 강제퇴거되는 외국인들의 보호를 위해 이러한 기준 상향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