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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색깔 덧칠해 판결 비판하는 언론

하태훈 교수(고려대 로스쿨)

신뢰는 스스로 떨어뜨릴 수도 있지만 깎아내리면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수 있다. 지금 사법부가 그런 상황이다. 무한 신뢰는 아니어도 법치국가의 최후 보루로서 그런대로 버티고 있다. 그런데 보수 언론들이 난리다. 자기 입맛에 맞는 판결이면 환영하고 그렇지 않으면 좌편향, 몰상식, 무개념, 함량 미달 법관 운운하며 사설 형식을 빌거나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공개적으로 망신을 준다. 징계도 강화하고 재임용 절차를 거쳐 그들의 시각에서 맘에 들지 않는 문제있는 판사를 걸러내야 한다는 위험한 발상도 서슴지 않는다. 여기에 판사 출신이 당대표로 있는 새누리당도 가세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신상 털기로 호응한다. 일상적인 형사사건에 이념을 덧칠해 난도질하고 있다.

진보정당의 부정경선은 이념적 사건이 아니다. 진보와 보수, 좌우로 편을 가를 사건도 아니다. 그러나 정치인이나 정당, 그것도 진보진영이 관련된 사건에 대한 무죄판결이라면 이념을 덧씌워 좌편향 판결이라고 낙인찍는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아님을 알면서도 애써 사실은 외면한 채 초등학생 반장선거를 들먹이고 평소에는 잊고 살았을 법한 헌법정신도 들춰낸다. 정당 내 경선은 공직선거법이 규율하고 있는 공직선거에 포함되지 않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같은 판단이란다. 비리 정치인을 다시 등장시켜 보궐선거 후보자로 내세운 새누리당처럼 정당들이 당내 실세나 지도부의 의사에 따라 비민주적으로 후보자를 결정하건, 국민경선에 의하건 그것은 정당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는 것이다.

검찰도 공직선거법 위반을 적용할 수 없어 업무방해죄로 기소한 사건이다.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는 범죄다. 문제된 행위는 위계일 터인데, 선거의 4대원칙이 적용된다고 보더라도 정당이 국민경선을 진행하면서 통상적인 대리투표가 있을 것임을 알았다면 위계에 해당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로써 정당의 경선업무가 방해된 것도 아니다.

법치국가에서 사법부도 비판적 공론의 대상이 되어야 함은 분명하다. 그래서 재판을 공개하고 판결문도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도의 자유와 알권리에 의지해 확정되지도 않은 하급심 판결을 감정을 섞거나 이념의 잣대로 난도질하고 판사의 자질까지 거론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다. 도를 넘은 비판과 감시는 사법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유발시킬 수 있다. 법관은 재판상 독립되어 있기 때문에 유사한 사건에 대해서 재판부마다 서로 다른 판결이 내려질 수 있다. 심급제도가 있는 이상 언론의 비판은 최종심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론에 의해 형성된 여론에 의해 재판이 좌우될 위험성이 커진다.

사법부의 신뢰, 그것은 1차적으로 법원 구성원 스스로가 지켜가야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사법에 의해서 정의가 실현되고 법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 우리 국민의 마음 속에서 커갈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