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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방어적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김대휘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필자가 2000년과 2001년 서울지법 형사합의부장 재직 시 반국가단체인 '민혁당(민족민주혁명당)'사건에 대한 1심을 심리 판결하였는데, 민혁당은 그 이전의 반국가단체인 '반제동맹'에서 지하당 전위조직으로 진일보한 조직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북한의 고정간첩과도 연계되어 있었다. 민혁당의 창당 주역인 '김영환'은 간첩으로부터 북한의 자료들을 건네받아 '강철서신'을 집필하였고, 간첩과 함께 잠수정을 타고 월북하여 '김일성'으로부터 격려와 함께 자금을 받기도 하였다. 그후 김영환의 전향으로 조직이 와해되자 김영환의 법대 동기이자 동지였던 '하영옥'이 민혁당을 재건하였다. 하영옥은 간첩과 함께 북한에 직접 보고하러 가려다 실패하자 그 간첩이 민혁당 조직에 관한 자료를 가지고 월북을 시도하였는데, 여수에서 우리 해군에 발각되면서 잠수정이 격침되었다. 해군이 잠수정을 인양하면서 그 자료를 찾았고, 민혁당의 전모가 드러나게 되었다. 예컨대 민혁당 사건 이전에 독자적인 반국가단체로 재판을 받은 '영남위원회'가 민혁당의 지역조직이었고, 현 국회의원인 '이석기'는 민혁당의 경기남부위원장이었는데, 그 당시는 수배 중이었다.

국가가 있어야 법질서가 존재하고, 법질서의 정점에 헌법이 있다. 헌법을 수호하는 것이 주권자인 국민과 수탁기관들의 책무이고, 헌법 수호는 바로 국가의 존립과 헌법의 기본질서를 지키는 것이다. 물론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하에서 어떠한 사상이나 표현의 자유라도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지만, 국가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하고 헌법질서를 뒤엎으려는 세력에 대하여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것이 라드부르흐가 말하는 이른바 '방어적 민주주의'이다. 민혁당은 '민족, 민주, 통일'을 내세우면서 혁명적 수단으로나 외부세력과 합세하여 대한민국을 전복하고 헌법의 기본질서를 훼손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바로 그 지하조직이 사상과 표현, 조직만으로 실정법상 범죄가 되어 처벌받은 것이고, 거기서 헌법의 방어적 기능이 작동한 것이다. 민혁당은 그 실천 수단에 관하여 합법, 비합법, 반합법 투쟁 등을 모두 동원할 것이라 하였는데, 오늘날 좌파 정당은 합법 공간에 들어왔고 공식적으로는 혁명노선을 폐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유럽식 사회민주주의의 채택으로서 '의회주의를 통한 사회주의화'를 지향하는 것이고, '법치주의'를 승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는 아직도 혁명노선을 고수하고 북한의 통일전선 전술에 호응하면서 폭력이나 테러도 불사한다는 세력이 지하에 남아 있고, 그 일부가 구 민혁당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국가의 존립과 민주적 기본질서를 전복하려는 반국가적 행위와 단순히 현 정부를 반대하는 정치적 행위의 차이가 무엇인지 모호하고, 그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많은 민주인사들이 투옥되고 처형되기도 하였다. 그 옥석을 가리는 것이 헌법수호기관으로서의 사법의 역할이고, 이러한 법치주의의 기능이 민주주의와 권위주의를 가르는 시금석이 된다. 최근 이석기 의원 등이 혁명을 통한 내란음모 등 혐의로 기소되었는데, 향후 사법절차와 판단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