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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캠핑 정치'와 헌재의 차양대

윤배경 변호사(법무법인 율현)

요즘 우리나라는 캠핑 열기에 휩싸여 있다. 올 여름 웬만한 유흥지 근처에는 텐트를 칠 장소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캠핑 장비는 날이 갈수록 고급화되고 값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극심한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용품 회사들은 캠핑 장비로 쏠쏠히 재미를 보고 있다. 땅덩어리 좁은 나라에 쓸모가 있을까 싶은, 캠핑카 역시 국민적 관심사다. 일반 자동차를 캠핑용으로 개조하는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가 하면, 억대의 수입 캠핑카도 팔려나가고 있다.

우리는 지금 구미 선진국의 형태로 레저 문화가 옮겨가는 중이다. 고단한 문명의 일상을 벗어나 아름다운 자연에 침잠하여 가까운 사람끼리 음식을 나누고 하룻밤을 보내는 것은 의미 있는 삶의 방식이다. 밤하늘에 빛나는 은하수에 대한 동경, 숲 속의 새와 벌레 소리, 바닷가의 파도 소리에 귀 기울이는 마음의 고요,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흔들리도록 해두는 방기(放棄)…. 모두가 아름답다.

캠핑 문화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필요한 것이 많다. 주거의 일부가 자연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음식을 만들기 위한 장소가 있어야 하고 전기를 공급할 시설도 필요하다. 쓰레기를 처리할 곳을 따로 만들어야 하고, 화장실 역시 필수다. 상하수도 접근이 가능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장치가 없다면 자연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그리하여 선진국에서 캠핑장을 설치하려면 엄격한 환경규제를 받고 설치도 까다롭다. 반면 우리나라는 캠핑을 규제하는 법규나 행정 지침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인가? 도심의 한복판에서 캠핑(?)을 하는 분들을 자주 목격한다. 서울광장이나 덕수궁 돌담길 등에 텐트와 천막을 치고 숙식을 해결한다. 이들은 자연을 만끽하기보다는 보행자의 관심을 촉구한다. 풀벌레 소리를 듣기보다는 자신의 목소리를 외친다. 쌍용차 사태로 해고당한 근로자들을 구해달라는 분들이 장기간 야영와 야숙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 캠핑은 즐거운 레저가 아니다. 피 끓는 정치다.

억울한 해고자만 도심 캠핑을 하는 것이 아니다. 지체 높으신 분들도 최근 도심 캠핑을 감행했다. 민주당 대표인 현역 의원이 서울광장에서 노숙을 하고 있다. 대선 개입의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을 개혁하라는 요구에서 시작하더니 지금은 대통령의 공약 파기를 비판하는 것으로 일이 커졌다. 지금은 정기국회까지 신경 써야 하니 '일하면서 싸우자!'는 70년대식 구호가 생각난다. 한 나라의 야당 수뇌가 수도 서울 한복판, 청와대의 코 앞에서 노숙하는 모습은 예삿일이 아니다. 원칙을 고수하는 청와대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나, 정치력을 발휘했으면 싶다. 울부짖는 국민이 있고 악에 바친 반대파가 있는 한 포용은 필수다. 그런 점에서 지척에 있는 헌법재판소(헌재)의 사례를 참고하면 어떨까? 헌재는 올해 정문 옆에 차양대를 설치하였다. 땡볕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분들을 배려해서다. 귀찮고(?) 끈질긴 민원인마저 보듬고자 하는 헌재의 노력에 감동한다. 현재 창립 25주년이 빛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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