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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나눔 3가지

이남철 법무사(서울중앙지법 외부회생위원)

내일 모레 한가위로 새 곡식은 이미 익고 추수가 멀지 않은 시기이다. 조선 순조 때의 학자 홍석모(洪錫謨)가 지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추석의 유래가 나온다. 신라 유리이사금 때, 경주 6부(六部)를 둘로 나누고 그 중 왕녀 두명을 시켜서 각각 부를 이끌게 하는 붕당(朋黨)을 만들었다. 그런 후 음력 7월 16일부터 매일 일찍 대전 뜰에 모여서 길쌈을 하는데 을야(乙夜, 밤 9시부터 11시 사이)가 되도록 하였다. 8월 보름까지 한 길쌈의 척도를 가려서 승패를 결정하였던 것이다. 진편에서 술이며 음식을 이긴 편에 권하고 모두 노래와 춤 그리고 놀이를 함께 하였다. 이를 '가배(嘉俳)'라 하였는데, 이것이 곧 오늘날의 한가위(秋夕)이다. 이맘때의 인심은 후덕하여 추수한 오곡백과를 서로 나누는 일이 많다.

우리나라 해방과 한국전쟁 전후기에는 사회경제적 여건에 있어서 출발선이 거의 비슷하던 시절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되고 힘든시절을 보냈다. 70,80년대의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성공한 일부 사람들이 상류층을 형성하고 중산층과 서민층으로 계층의 분화가 되었고 나름대로 계층의 순환이 이루어졌었다. 21세기 저성장기에 접어들게 되니 계층의 이동보다는 고착화되는 경향이 강하고, 경제위기 시마다 중산층에서 상향하는 이보다 하향하는 비율이 높아져 이른바 '중산층위기시대'에 놓여있다. 사실 법조 전문직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산층에 속하고, 존재와 명예에 대한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도 법조타운에서는 추석 밑이라, 감사의 인사와 나눔으로 바쁘다. 결과를 나누는 미덕이 아름답고 좋은 일이지만, 사실 시작(시작할 수 있는 기회)과 과정에서의 일자리(일거리)나눔이 더 바람직하다. '공정으로서의 정의'로 유명한 존 롤스(John Rawls, 1921~2002)는 그의 '정의론(A Theory of Justice)'에서 원초적 상황(original position)하에서의 당사자들은 선입견이나 사심이 없이 평등하고 합리적인데 이들은 정의감(sense of justice)을 가지고 숙고적 판단을 한다고 한다. 여기서 정의의 원리를 둘로 나누어 제1의 원리는 '최대 자유의 원리'로, 제2의 원리를 '차등의 원리'로 설명하며 '기회 균등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고대 이래로 정의가 무엇인지 각종 고민과 주장은 다양하지만, 다시금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정의론은 롤스의 기회 균등이다. 요즘같이 중산층 위기시에 더욱 필요한 것은 시작에 있어서의 기회균등과 과정에서의 상생을 보장하려는 제도적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시작에 관한 최근 흐름은 사법시험, 행정고시, 외무고시 등 각종 고시제도를 없애고 로스쿨 제도, 5급공채 시험,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 제도로 변경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변경하면서도 고시제도의 근간이자 장점인 기회균등의 보장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과정에서의 최근 흐름 또한 시장 교란 행위가 심각하다.

결과의 나눔이 더욱 아름다운 추석으로 느껴지려면, 출발점에 해당하는 사법시험제도의 존재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보아야 하고, 법조계의 공존과 상생을 해치는 배타적 사고와 독점적 행태를 더욱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