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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뒷걸음질뿐인 사회

하태훈 교수(고려대 로스쿨)

지금 우리사회를 단적으로 그려주는 단어는 '시대착오, 과거회귀'다.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도 모자랄 판에 뒷걸음질만 가득하다. 연일 TV에 등장하는 전 씨 일가의 모습이 80년 대 군사정권시대로 되돌아가 '땡전뉴스'를 연상케 한다. 공당의 국회의원은 80년대의 낡은 운동권 의식수준에 갇혀 있다가 철창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읽지 못한 망상에 젖은 사고수준이 석기 시대로 되돌아간 듯하다. 내란음모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앞으로 수사와 재판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폭력적 수단으로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다는 그들의 방식은 민주화된 지금은 퇴행적 역사의식의 산물일 뿐이다.

그들만 시대착오에 빠져 과거로 회귀한 것은 아니다. 국정원도 마찬가지다. 대북심리전을 빙자해 인터넷 댓글로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국회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도 받았고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선거민주주의는 공정성이 핵심인데 철지난 관건선거가 부활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 국정원장의 직권남용과 선거개입 혐의는 재판을 통해서 밝혀지겠지만 국기기관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는 공작을 폈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민다. 종북좌파를 몰아내기 위한 대북 사이버활동이라고 항변하지만 종북이 무엇인지, 종북좌파가 누군지에 관한 분명한 기준도 없이 특정 대선후보를 지지하거나 비방하는 댓글로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정부정책에 대한 건전한 비판 세력까지도 척결의 대상인 종북좌파로 몰았다는 점에서 그들에게는 민주주의와 헌법은 장식에 불과했던 모양이다.

범죄수사의 대상으로 궁지에 몰린 국정원이 이제는 수사주체로 등장하여 피의사실을 누설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내란음모, 국가보안법위반 등 구체적인 증거도 없이 피의사실을 언론에 공개해 여론이 예단을 갖게 한 국정원의 수사방식도 시대착오적이긴 마찬가지다.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는 점에서 통합진보당이나 국정원이나 매한가지다. 여론을 등에 없고 이참에 진보세력을 몽땅 엮어 정치무대에서 솎아내려는 여당의 태도도 시대착오적 구태다. 다수당인 집권여당의 견제기능상실로 권력분립은 기대불능 상태다. 보수와 진보를 갈라 편 가르기로 자기편만 포용하고 상대방은 찍어 누르는 집권여당의 행태로 정치가 사라지고 있다. 그러니 정치는 당리당략에 매몰돼 늘 정쟁뿐이다.

참으로 답답하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남북관계 어디를 봐도 나아진 것이 없다. 신문을 펼치거나 인터넷뉴스를 클릭하기가 두려울 정도다. 민주주의와 인권은 뒷걸음질이거나 거북이 걸음이다.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하지만 지난 대선의 최대 화두였던 경제민주화는 사라지고 기업 살리기와 경제 활성화가 전면에 등장했다. 부패와 비리는 끊이질 않고 있다. 인권은 몇 년째 실종 중이다. 민주주의의 핵심기본권인 언론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는 제자리걸음이다. 그러니 국가경쟁력이 말레이시아보다 낮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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