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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별이 빛나는 밤

이남철 법무사(서울중앙지법 외부회생위원)

7월이 물의 계절이라면, 8월은 빛의 계절이다. 장마가 끝나고 햇볕이 가장 강렬하게 내리쬐는 8월 초순이 되면 음력으로는 칠월 하고도 칠석이다.

이맘때 시골의 농사일은 논에 김을 매거나 피를 뽑는 것, 고추를 따서 말리고 뒷산에 소를 풀어 놓고는 못(저수지)에서 멱을 감는 것, 풀을 베는 것으로 하루를 보내고, 식구들은 해질녁에 집에 온다. 열을 받아 더운 방에 미리 모기장을 쳐 놓고 더위를 피해서 마당으로 나온다. 어머니가 저녁을 준비할 때 아버지는 마당에 멍석을 깔고, 모깃불을 피워 놓는다. 매캐한 모기연기가 집안을 휘감을 때 호박잎과 된장으로 쌈을 싸서 저녁 한 그릇 씩 비운다. 어둠이 내리고 할아버지 담뱃대에서 재 터는 소리가 탁탁 하고 나면, 어머니는 우물에 담가 놓은 수박을 꺼내온다. 한손으로는 부채로 모기를 쫓고, 수박 한입씩 베어 물고는 할머니를 보챈다. 할머니 무릎을 베개 삼아 누워서 옛날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어느 덧 하늘의 수많은 별들이 마당으로 내려온다. 별똥이야기를 채 다 듣지 못하고 스스르 잠이든다.

"옛날 하늘의 옥황상제에게는 직녀라는 어여쁜 딸이 하나 있었다. 저 하늘 정중앙에 가장 밝은 별인 직녀는 온종일 베틀에 앉아 옷감을 짜는 일을 하는데, 너무나 아름다워 다른 별들이 구경하느라 멈추어 서곤 하였다. 하루는 베틀의 북을 내려놓고 창가에서 건너 편 하늘의 강둑을 따라 양과 소떼를 몰고 가는 목동인 견우를 보게 되었다. 서로 눈이 마주치자 첫눈에 반해서 옥황상제에게 결혼시켜 달라고 하였다. 사랑에 빠져 각자 자기 할 일을 게을리하게 되자 화가 난 옥황상제는 견우를 은하수 건너편으로 쫓아내고 음력 칠월칠석 하루만 서로 만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런데 비가 오는 날이면 강물이 불어 배가 뜨지 못해, 강언덕에서 직녀가 울고 있는 것을 본 수많은 까치와 까마귀가 날아와 그들의 날개로 오작교를 만들어 만나게 해주었다. 그것이 은하수다. 칠석날 저녁에 비가 오면 만나서 기쁨으로 흘리는 눈물이요, 이튿날 새벽에 내리는 비는 헤어짐의 아쉬움으로 흘리는 눈물이란다…."

'이태형의 별자리여행'에 의하면, 직녀성(베가, Vega)과 견우성(알타이르, Altair)은 봄부터 동쪽 하늘에 보이기 시작하는데, 지평선에 가까이 있을 때는 멀리 떨어져 보이다가, 칠월칠석 무렵 한밤중에 가장 높이 하늘로 올라가고 이때가 서로 가장 가까이 보이고, 칠석이 지나면 서쪽 하늘로 기울어 다시 서로 멀어지게 보인다고 한다. 우리 옛사람들은 봄부터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가까워지다가 멀어지는 두별을 보면서 견우와 직녀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전해왔고, 서양에서도 날개를 접고 내려오는 독수리(Vega)와 날개를 펴고 날아 오르는 독수리(Altair)의 사랑이야기를 엮어냈다.

별을 보고 지내는 시골과 달리 하늘이 맑은 날에도 서울에서는 별구경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매연 때문이라고도 하지만, 사실은 높은 빌딩의 전기불 빛 때문에 하늘의 별을 보지 못한다. 밤마다 지혜의 별빛이 온누리에 내리 비치고 있는데 번뇌의 불빛에 가려 보지 못한다. 법의 정수 또한 마찬가지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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