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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토론

[찬반토론] '수형자 DNA 시료채취 법' 위헌 논쟁 - 위헌

이호중 교수(서강대 로스쿨)

 수형자 DNA 시료 채취법'에 대한 위헌 논쟁이 뜨겁다. 현행 법률은 살인·강도·강간 등 11개 대상 범죄를 저질러 유죄 확정 판결을 받거나 구속된 피의자들에 대해 DNA감식 시료를 채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이 법률에 대해 위헌 여부를 따지는 공개변론을 가졌다. "주거침입과 재물손괴 등 비교적 경미한 범죄자에 대해서도 재범 위험성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DNA를 제공하는 것은 지나친 인권 침해"라는 위헌론과 "실형을 선고받은 모든 이들을 채취 대상으로 삼는 외국케이스 등과 비교해 볼 때 대상 범죄를 한정한 국내 법령은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합헌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양측 의견을 통해 현행법의 문제점을 짚어 본다.   <편집자 주>

목적 범위 벗어나 개인의 유전적 정보 취득 가능
대상범죄 등 지나치게 광범… 과잉금지 원칙 위배


 DNA법의 주된 목적은 범죄자의 DNA신원확인정보를 수집하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함으로써 장래의 범죄수사 및 범인검거에 효율성을 기한다는데 있다. 그러나 수사의 효율성이라는 미명 하에 희생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 위헌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부에서는 DNA신원확인정보가 소위 'junk DNA' 부분을 해독한 정보로서, 단지 '숫자와 부호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개인식별정보일 뿐이라서 지문정보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는 합헌론의 출발점에 해당하는 명제이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junk DNA 부분의 정보라도 개인의 성별이나 인종과 같은 유전적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 더 나아가서 부분적으로는 개인의 질병에 관한 유전정보도 추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또한 개인의 DNA정보는 혈족관계에 있는 사람들과 일정부분 공유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DNA신원확인정보를 가족검색(familial searching)의 방식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DNA법에 의한 DNA신원확인정보가 개인식별을 가능케 하는 숫자조합의 정보를 넘어서서 개인의 유전적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면, 이를 결코 지문정보와 동일선에서 논할 수 없다. DNA신원확인정보의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면, 결국 현행 DNA법은 국가에게 DNA법의 목적 범위를 벗어나는 개인정보의 취득까지 허용하는 것이 된다. DNA법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제한에 관한 목적구속의 원칙을 근본적으로 준수할 수 없는 설계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다. 이 점은 DNA법의 '치유불가능한' 위헌성이다. 

그리고 치유가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지만, 다음의 몇가지 점에서도 DNA법의 위헌성을 말할 수 있다. 첫째, 과잉금지원칙에 비추어 볼 때 DNA시료채취 대상범죄와 대상자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 '강력범죄'의 범주에 들지 않는 야간주거침입절도나 특수절도를 대상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점, 폭처법위반 중에서도 비교적 경미한 주거침입, 재물손괴 등을 규정한 점에서 그러하다. 집행유예나 벌금형 선고를 받은 수형자에 대해서까지 재범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시료채취 대상자로 규정한 것도 피해최소성 원칙에 위반되는 것으로 보인다. DNA신원확인정보의 보존기간도 문제이다. DNA법에 의하면, 사실상 사망 시점까지 DNA신원확인정보가 저장된다. 그러나 예를 들어, DNA신원확인정보가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이후 20년 내지 30년 동안 범죄를 범하지 않은 경우에도 DNA정보를 계속해서 데이터베이스에 수록할 필요성이 있는지는 지극히 의문스럽다. 개별적인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로 일률적으로 DNA신원확인정보를 사망 시점까지 저장하는 규정 역시 피해최소성 원칙에 반한다고 보아야 한다. 

둘째, DNA법의 시료채취 규정은 영장주의 및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된다. DNA법은 형식적으로는 영장주의를 규정하고 있으나, 시료채취의 실질적인 요건을 전혀 규정하지 않았다. 영장주의 원칙은 형사절차상 강제처분의 필요 여부에 대하여 법관의 합리적인 통제를 받도록 한다는 점에 본질이 있는데, DNA법에 의하면 판사는 DNA시료채취의 '필요 여부'에 대하여 실질적인 통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는 헌법의 영장주의 이념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동의에 의한 시료채취의 경우에도 DNA법은 채취대상자에게 '채취를 거부할 수 있음을 고지'하고 서면동의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정도의 규정으로는 적법절차 원칙을 충족하지 못한다. 적법절차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시료채취 대상자의 자유롭고 진지한 의사표시로서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았을 것, 동의의 임의성이 인정될 것 등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구속피의자나 수형인등이 구금상태에 있어 자발적인 동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DNA감식시료의 채취와 감식, DNA신원확인정보의 처리와 이용에 관한 충분한 설명이 담보되어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적법절차 원칙에 위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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