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독자마당, 수필, 기타

(수상) 빈자리 메우기

김훈종 법무사(수원) - 제3074호

새해 들면서 유난히도 담배의 해독에 대하여 야단들이며 담배 때문에 몹쓸 병에 걸린 연예인까지 동원되는가 하면 흡연장소의 법적규제 등 흡연가들에게 뭔가를 선택해야하는 쪽으로 압력이 가해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런 와중에 40년간 담배를 가까이 하였고 최근에는 하루 두, 세갑정도의 줄담배를 피워온 나에게도 건강문제를 떠나 가족들은 물론 직원들이나 동료들, 심지어 초면인 사람들로 부터도 근심어린 충언을 받는게 보통 곤혹스러운게 아니었다. 사실을 말하면 오십중반인 내가 최근 혈압이 높아졌고 혈당수치가 올라간 이유가 흡연때문일 거라는 의사의 조언이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목이 답답하여 양치질 할 때 캑캑거리는 횟수가 많아진 연유로 또 한번 오랜 친구인 담배에게 조심스레 어려운 말을 해야돼지 않나 생각했던 것이다. 그것이 열흘전 일인데 과거에도 여러번 담배야! 내가 오랜 친구인 너를 떠나려는 것은 네가 싫어서가 아니라 어느 시인의 표현대로 너를 영원한 추억으로 간직하는 것만이 너를 진정 사랑하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라는 등 위선적인 심각한 독백을 하고 며칠 또는 길게는 서너달 후에 되돌아올 때는 한마디 사과의 말이나 변명조차 없이 동물적 본능에 이끌려 다시 미친듯이 빨아대며 좋아하곤 했던 것이다. 이번에도 물론 금연 보조제로 니코틴을 공급해준다는 니코탑이라는 것을 팔뚝에 붙이고 그럭저럭 열흘이 지나간 것이다. 물론 과거의 실패에 견주어 볼 때 성공했다느니 성공할 것이라든지 하는 말을 할 수는 없으며 오히려 극도의 정서불안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감히 다른 사람들에게 금연중이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을 즈음 육체적으로는 벌써 목이 칼칼하고 가슴이 답답하던 것이 사라지고 팔다리에 힘이 솟는 느낌이 드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였는데 그럴수록 어느 순간 한 개피 생각은 더욱 절실해지곤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던중 손님이 찾아왔는데 이틀째 머물고 떠난 그 손님이 떠나간 후 난 금연전과 똑같이 아니, 오히려 더 심하게 목이 칼칼하여 킥킥거리는 증상에 시달리면서 아! 이제 담배를 피워선 안되겠다 생각했고 그 순간 금연의 빈자리를 황사가 메우고 떠나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렇구나! 과거에 담배를 끊지 못한 것은 담배와 같이한 그 추억의 빈공간을 뭔가로 메우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단정지으면서 더 나아가 그때까지의 자신의 생활방식, 사고방식에 대하여까지 검증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는데 어찌되었건 가족을 포함한 내가 일상 만나게 되는 모든 사람들 앞에서 멋지게 담배를 꺼내무는 대신 다소곳이 상대방을 관찰하면서 상대방의 장점을 찾아 칭찬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면 멋지지 않겠나 엉뚱한 궁리를 하게된 것이다. 결국 사십년 친구인 담배가 떠나간 자리를 황사같은 불청객이 아닌 축복의 사랑으로 메꾸어 보겠다고 다짐을 하게된 셈이다. 그후 며칠이 지나 가족들은 물론이고 사무실이나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토마스홉스가 바라보던 늑대 아닌 루소가 바라보던 가장 친근하고 사회적인 동물들로 비쳐보이기 시작하였는데 금단증상인 조급증과 어지러움이 사라지고 가로수에 솟아나는 새 생명의 싹들이 전보다 더 신선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게 착각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신앙인이 간증하는 것과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실히 가벼운 마음으로 이웃에게 농담하듯 여러번 금연에 실패한 분들이여! 금연의 빈자리를 사랑이 되었건 뭐가 되었건 메워 줘야만 금연에 성공하지 않겠는가? 라고 선배동료들과 더불어 건강을 되찾아 오래토록 공유하자는 의미에서 전언하는 것이 예의에 벗어나지 않으리라는 확신으로 몇자 적어보게 된 것인데, 사실은 나 자신의 금연동기의 명분을 가능한 확대하고 금연의지를 넓은 세상의 감시하에 두겠다는 이기심이 작용하였음도 부인할 수 없다. 근자에 높은 자리를 갑자기 잃어버린 이시대 많은 법조 어르신들이 상심속에서 그 큰 빈자리 메우기 힘들어 오히려 흡연으로 채우지나 않을까 걱정을 하면서 이번엔 꼭 금연에 성공하리라 그런 후 흡연의 빈자리를 사랑으로 영원히 채우리라 다짐해 본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