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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병영체험, 得일까 毒일까

하태훈 교수(고려대 로스쿨)

흔히들 남자는 군대 갔다 와야 철든다고 한다. 군대 갔다 와서 정신 차린 남자도 있을 수 있고, 그렇지 않은 남자도 있을 수 있어 일반화의 오류지만 어쨌든 군대 가기 싫어하는 사람 달래서 군대 보내는 데 유용한 감언(甘言)일 수 있다. 군대에 대한 많은 부정적 이미지를 덮어줄 수 있는 포장용 미사여구로 쓰이기도 한다. 병영이 사람 만드는 곳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어린 학생들까지 병영체험 캠프에 보내는 게 유행이다. 학교에서도 적극 권장하는 모양이다. 그것도 가장 힘들다는 해병대캠프. 고등학생 5명이나 사망하는 사고가 났음에도 여전히 해병대캠프 같은 병영캠프는 성황이라고 한다. 지난 5년간 20만 명의 학생들이 병영체험으로 리더십도 기르고 극기 훈련도 했다고 한다. 기업의 신입사원 연수프로그램에도 병영체험이 빠지지 않았으니 해마다 수십만 명이 군대 따라잡기를 하는 셈이다.

왜 이렇게 병영체험캠프가 성황일까. TV에서도 병영문화를 시청자에게 전파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민간 영역까지 군대문화가 퍼져가고 있다. 군 입대는 기꺼워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군대문화를 추억하고 따라하고 싶어 한다. 학교에서는 선생님 말 잘 듣고 순종하는 학생을 원하고, 기업에서는 상하 위계의 조직문화에 순응하는 신입사원이 편하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만들어 준다고 믿는 병영캠프로 보내는 게 아닐까 싶다. 신세대의 개인주의성향에 못마땅한 기성세대의 전략이기도 하다. 남성성과 집단성이 편한 세대에게 상하관계가 뚜렷한 위계의 사회인 군대가 그리운 것이다. 그래야 조직이 잘 돌아갈 테니까. 남성중심, 집단주의 선호 때문에 군대문화가 민간에도 각광을 받는 것이다. 남성들이 자기들보다 우수한 여성들을 배척하기 위한 남성성을 드러내며 휘두르는 집단적 왕따 수법이기도 하다. 군대문화에 익숙한 남성 집단에 끼지 못하도록 방어막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병영체험을 기획하는 자들이 내세우는 인내심, 협동심, 공동체 의식 함양은 며칠간의 캠프생활로 형성되거나 향상될 수 없다. 신체적 고통이 가해지니 명령에 복종하고 순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복되는 얼차려로 그 상황에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순간 성취감을 맛볼 수 있고, 협동심이나 공동체 의식이 싹트는 것처럼 느낄 수는 있다. 군대 갔다 오면 철든 것처럼 보이듯,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며칠 만에 성장한 것처럼 느낄 뿐이다. 서열화와 위계질서, 명령과 복종, 폭력과 반인권에 길들여져 나올 뿐이다. 그래서 그런 병영캠프는 특히 어린 학생들에게 해가 될 뿐이다. 사라져야 할 군대문화를 일찍부터 체험하게 해서 득이 될 게 없다. 군대문화는 군대 내에서만 머물러야 한다. 우후죽순 생겨난 사설 해병대캠프만 없앨 것이 아니라 어린 학생들에게 병영체험을 하게 하는 집단수련활동 자체를 없애야 한다. 안전성도 담보하지 못해 인명사고가 끊이질 않을 뿐만 아니라 성장기의 어린 학생들에게 집단적 군사문화의 이식은 정서적으로도 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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