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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언

여자, 군대 가야 한다?

김성진 헌법연구관(국제조사연구팀장)

여자는 육아의 주된 책임자이며, 남자는 오직 부수적인 책임만을 진다라는 사회적 성역할에 근거한 고정관념(stereotype)은 정당화 될 수 있을까?

인종차별정권에 대한 오랜 투쟁 끝에 1994년 남아공 최초의 민주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취임한 만델라 대통령은 특별사면을 단행한다. 즉 1994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일을 기준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수형자 중 12세 미만의 자녀를 둔 여성들을 가정에서 자녀를 돌보는 특별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이유로 사면을 한 것이다. 이에 똑같이 12세 미만의 자녀를 둔 남자 수형자가 자신 또한 자녀를 돌보는 주된 책임을 맡고 있다며 이러한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가 성별을 근거로 한 부당한 차별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렸다.

먼저 헌법의 최고우위성(supremacy)을 근간으로 하여 새롭게 출범한 남아공의 민주헌정체제 내에서 어떠한 공권력의 행사도 헌법적 통제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점, 따라서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든 재판관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그러나 그 내용적 판단은 쉽지 않았다. 특히 만델라 대통령이 선출된 선거에서 선관위원장을 역임했던 한 재판관의 반대의견은 합헌판단을 한 다수의견의 입장에서 상당히 곤혹스러웠다. 이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그렇다면 여성은 집에서 아이만 보라는 것이냐, 어떻게 남녀차별을 제거하기 위해 만들어진 헌법이 이러한 차별의 근본 원인인 기존의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용인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다수의견은 적극적 차별시정정책(affirmative action)을 그 정당성의 근거로 삼았다. 이상적인 남녀평등의 사회로 가는 것이 헌법이 추구하는 목적이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현실을 눈감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과거의 불평등한 대우로 인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차별적인 고정관념은 그것을 시정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통해 극복될 수 있는 것이지, 단순히 그것의 존재 자체를 부정함으로써 극복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우리 사회는 얼마나 이러한 차별적인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운가? 일례로 우리나라에서 여자가 군대를 가지 않는 것은, 남녀 간의 물리적 차이에서 오는 자연스런 차이(difference)인가, 사회적 성역할에 기인한 차별(discrimination)인가, 아니면 과거의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한 적극적 차별시정정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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