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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법과 현실-실효성

김대휘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법이 현실에서 실제로 관철되는 가능성이 법의 실제적 효력으로서의 '실효성'인데, 이는 법의 관념적 효력인 '타당성'이나 '유효성'과는 구별된다. 법은 그 준수를 목표로 제정되지만, 법은 오히려 그 위반이 있기 때문에 존재 의의가 명확해진다. 그런데 법 위반이 있어도 법적 분쟁으로까지 나가지 않는 경우가 많고, 범죄가 발생하여도 암수(暗數)나 미제사건으로 남는 경우도 흔하다. 법 위반이 있어도 여러 가지 이유로 당국이 개입하지 않거나 심지어는 단지 상징적 입법을 위반한 행위에 대하여 대응을 사실상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국가가 윤리적 상징으로 낙태나 성매매 등을 금지하지만, 이를 모두 단속하여 처벌하는 것은 집행력에 한계가 있거나 오히려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모든 범죄를 국가가 밝혀내 처벌하는 것에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부패가 만연되어 많은 공직자들이 뇌물을 받는 상황에서 우연히 단속이나 신고로 뇌물수수가 포착된 공직자는 자신이 청렴했지만 재수가 없어 걸렸다고 법정에서 항변을 한다. 이른바 '불운의 항변'이다. 또 도로교통상 많은 이가 신호위반이나 과속을 하지만 나만 잡지 말고 다른 위반자도 다 같이 처벌해달라는 항변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주장을 소위 '불법의 평등 항변'이라고 하는데, 거리의 교통경찰이 수도 없이 듣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항변들이 이유 없음은 일견 명백하다. 국가가 모든 교통위반을 전부 단속하려면 거리마다 속도계를 설치하고 교통경찰을 세워야 하지만, 예산을 무한정 투입할 수 없고, 법경제학적으로 비효율을 초래한다. 운이 없어서 단속되거나 다른 위반자들이 빠져 나갔다고 하더라도 위법행위를 한 자신이 면책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당국이 위법행위를 단속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하여 두다가 특정인만 골라서 단속 처벌하는 것은 '집행상 위헌'이 된다. 예컨대 표적수사와 같은 경우는 그 입증이 어렵지만, 법 집행상의 평등원칙을 위반하는 기본권 침해라고 보아야 한다. 심지어 독일의 법사회학자 가이거(Geiger)는 "99명의 사람이 처벌받지 않았고 100번째 사람도 처벌을 예견하지 못하였는데도 그를 처벌하는 것은 부정의가 된다"고 주장한다. 한편 어떤 경우에는 법에 지키기 어려운 기준을 설정하여 거의 모든 수범 대상자가 범법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과거의 근로기준법과 같이 법이 단지 장식용인 경우나 노점상 규제와 같이 금지규범 준수의 현실적 조건이 구비되지 못하였거나 조건이 현저히 변화된 경우이다. 사회주의 법이론은 이 같은 경우 '적대적 계급모순'이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법과 현실에는 엄연한 괴리가 있다. 실정법이 비실효적이라면 법사회학적으로 '정상성'과 '규범성'에 괴리가 있는 것이다. 이는 사회 내에 실제 체험되는 사태와 그 사회에서 구속적인 규범이라고 설정된 것과의 차이에서 나타난다. 모든 타당한 실정법이 실효적이지는 않지만, 켈젠(Kelsen)은 "최소한의 실효성은 법 효력의 조건"이라고 한다. 결국 법은 '존재하는 당위'(Seiendes Sollen)로서 타당성과 실효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