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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노년의 꿈

이무길 법무사(통영) - 제3073호

세월은 기다림속에 아쉬웁게 찾아드는 것일까? 내 나이 벌써 이순에 이르렀으니 이제 지나온 시간을 더듬어 보면 공허한 세월의 허무만 남을 뿐이다. 법무사 업무를 마친 토요일과 일요일이 되면 매양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러나 이 나이에도 무엇인가 할 수 있는 꿈을 가질 수 있을까, 어떤 보람된 일을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하다가 우연히 통영 농어촌 공공도서관을 찾게 되었다. 무심코 골라든 책이 통영출신 원로시인 김춘수시집과 박경리 시집이었다. 사실 우리들은 법률이 전공이라 항상 딱딱하고 관념적인 사고 방식의 학문에만 전념했었다. 지난 시절 법원근무를 했었고 퇴직한 후에도 본의 아니게 당사자들의 이권 다툼에 관여하며 하루 하루를 살아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도 모르게 심성은 딱딱해지고 정서는 메말라 가는 자신에게 정화작용을 하고 싶다는 의식이 찾아 들었다. 그러던 중 시를 읽으며 이미지(image)를 떠올리게 되면 우리가 접하는 刑法의 構成要件과 비교하면서 나름대로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 그런 연유로 지금까지 많이 읽은 시집들에서 인생과 법률에 대한 상관관계를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은 詩에 대한 이해력과 감수성도 늘어나서 나도 詩를 써보고 싶다는 자신감도 얻게 되었다. 근래에는 시 습작에 몰두하는 생활의 여유까지도 찾을 수 있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가슴 벅찬 60대의 출발점인가. 언제나 조용한 마음으로 시집을 대하여 읽고 있으면 마음은 여유롭고 상상력이 생겨나 법률업무에까지도 많은 활력소를 갖게되었다. 人生을 업무에만 매달려 스트레스 쌓이게 하지 말아야겠다. 여유로운 시간을 마련하여 도서관에 달려가 좋은 책들을 많이 읽어야겠다. 시나 隨筆 등 문학류의 책들도 많이 읽어서 人生의 잣대로 삼아야겠다. 그래서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열고 희망찬 삶을 누려야겠다. 언제부터인가 나도 시 습작을 많이 하게 되었다. 우리 ‘法曹’책에도 몇 편 발표하면서 정말 새로운 보람을 느낀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너무나 많은 세월동안 업무에만 매달려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나도 시인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가진다. 물론 詩를 잘 쓰려면 취미나 소질이 있어야 되겠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읽고 쓰고 노력하다 보면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건 문학이란 우리 人生을 풍요롭게 살찌우는 학문이 아닌가. 누구라도 늦지 않다. 이제부터라도 도서관에 모여서 책을 접할 수 있다면 새로운 삶의 기쁨을 가득 안을 수 있을 것이다. 정말이지 앞으로는 나이를 탓하면서 계획 없는 하루를 보내지 말아야겠다. 이순의 나이에 내가 詩人이 되고자 하는 꿈을 키우듯이 노년의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에 모이자. 그리고 책을 읽자. 책을 통한 새로운 삶의 가치가 바로 우리가 살아온 발자취가 아니던가.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