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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법의 과소비 시대

박영수 변호사(법무법인 강남)

요근래 '법'이 세간에 큰 관심을 끄는 것 같다. 법률 제안자나 규제 대상의 이름을 딴 '김○○법' 이나 '전○○ 추징법', '네이버법' 등이 그것이다. 이제 육법(六法)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이렇듯 법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는 우리나라에서의 일만이 아니다. 대중소비, 대량생산이라는 현대 사회의 특성이 그대로 '법의 과소비','법의 대량생산'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 분도 있다.
각종 사회·경제적 여건과 법이 추구하는 이념이나 가치관의 변화는 새로운 법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법만능주의나 법편의주의적 사고다.
여러 가지 사회문제의 해결을 위해 양산된 법령들이 그 목적이나 내용에 있어서 기존의 가치나 이익과 충돌하게 되고 이로 인해 법의 적용이나 집행이 공평성과 일관성을 잃게 된다면, 국민은 법을 불신하게 된다.
자칫하면 법에 대한 실망을 넘어 법에 대한 저항으로 확산되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법이 제대로 잘 지켜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법의 내용이 정의로와야 한다.
법이 추구하는 정의에 대해 '동등한 대우'와 '공정한 분배'를 두고 다양한 차이가 있지만 그 본질은 '인간다운 삶의 보장'이다.
이성적 존재로서 인간에게는 동물세계의 약육강식의 룰과는 다른 상생(相生)의 룰이 있다.
상생이란 수레는 한 쪽으로는 '존중과 배려', 다른 한 쪽은 '신뢰와 자제'라는 바퀴로 굴러간다.
이러한 상생의 정신을 바탕으로 법이 지켜질 때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사람답게 잘 살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정의이고 법이 추구하는 최고의 선(善)이자, 사람들이 갖추고 행해야할 덕(德)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 법의 이념이나 내용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공평한 법집행이다.
법이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것으로 비춰지고 법을 지키면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되게 되면 그 사회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법의 지배를 외치면서 현실 논리를 앞세워 법의 정신을 왜곡하려는 시도는 결국 국민으로부터 법에 대한 냉소와 저항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된 '엔엘엘(NLL)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것도 문제의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제정했던 국회 자체가 그 법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닌가.
법의 사명은 정의, 곧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법을 지킬 때, 그 법이 우리 모두의 삶을 지켜준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법이란 자유를 남용하여 선(善)을 외면하고 악(惡)을 행하는 사람에게 악을 버리고 선을 행하도록 하는 것이다"라는 고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을 되새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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