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서초포럼

공동체

강신섭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대표)

집에서 휴식을 취할 때 TV의 여행 프로그램을 자주 본다. 내가 전혀 가본 적이 없는 미지의 세계를 알게 되는 재미도 있고, 시골 사람들의 순박한 모습을 보게 되는 향수도 있다. 한 때는 내 고향을 소개하는 기행(紀行)프로그램을 보다가, 내가 고향에 관하여 너무 모르고 있었던 것을 깨달았다. 내 고향에 뜻 깊은 유적이 여럿 있다는 것을 보고 내 무지를 새삼 알게 되었다.

여행 프로그램 중 공동체 문화에 관심이 많다. 유럽의 시골, 중동의 마을,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의 동네에 아직도 생산과 소비, 여가를 함께하는 공동체 문화가 남아 있어 향수를 자아내게 한다.

어린 시절을 농촌에서 보낸 연유로, 봄에 동네 어른들이 공동으로 모네기를 하고, 가을에 함께 추수를 하는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다. 고향마을이 집성촌이기도 하였지만, 30여 가구의 동네가 한 가족처럼 지냈다. 한 집에서 제사를 지내면 다음 날 아침 제사떡을 나누어 먹고, 어느 집 어른이 생신을 맞으면 모두 그 댁에 모여 즐겁게 식사를 하던 추억이 아련하다. 지금 같은 여름에는 동네 어구에 모여 앉아, 모깃불을 피워 놓고 밤하늘의 별을 보며 밤 깊어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 때 밤하늘의 별은 어디로 갔는지 지금은 찾을 수가 없다. 겨울 밤에는 작은 아버지께서 우리 집으로 마실을 오시어 밤 늦도록 담소를 나누다가 댁으로 가셨다. 내가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을 하였다고, 동네 어른들이 당신 자식의 일처럼 축하하여 주고, 서울로 유학을 떠날 때 노자돈을 마련하여 주던 은혜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 고향 마을이 지방산업단지로 조성되면서 흔적도 없이 소멸되었고, 내 아름다운 유년시절과 소년시절도 함께 사라졌다.

내 기억 속에 가물가물하게 남아 있는 마을 공동체 문화가 아직도 외국의 지방에 남아 있는 것이 신기하다. 그 사람들도 자동차를 이용하고, TV를 보는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산다. 그리고 그들의 지혜가 부럽다.

우리 아파트의 같은 층에 8가구가 산다. 내가 그 아파트에서 10년 이상 살았다. 8가구 중 음식을 나누어 먹는 사이가 된 댁이 한 가구이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사는 집은 2가구쯤 되며, 나머지는 사실 아직 집안 어른들의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스스로 내가 살고 있는 이웃과 공동체를 이루고 싶다.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어른들의 안부를 물으며 아이들의 건강을 염려하여 주는 이웃으로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내가 일하는 회사의 동료들과도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야겠다. 후배의 결혼식에는 가급적 참석해야겠다. 그리고, 휴가에서 돌아오면 휴가지에서 일어 난 일을 동료들과 재미있게 나눌 것이다.

한 주간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