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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폐주(廢主) 취급 당하는 전직 대통령들

하태훈 교수(고려대 로스쿨)

고위 공무원이나 판검사들이 공직을 그만두면 보통 전직으로서 대우를 받는다. 대형 로펌의 전관에 대한 월 보수가 과도하여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한다. 교수들도 정년퇴임하면 대개 명예교수로 몇 년간 학교에 머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우리나라의 전직 대통령과 유족은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의해 연금, 비서관 임명, 경호 등 각종 혜택을 받는다. 재임기간 국가와 국민을 위한 헌신의 대가로 치면 결코 많은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전직으로서 예우를 받을 만하냐는 자격과 공적에 대한 평가가 갈리기 때문에 때로는 국민의 세금이 아까워 보인다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들이 법률에 의해 정해진 예우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국민들로부터 진정 존경을 받고 있지는 못하다. 이러 저러한 이유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비웃음과 모욕의 대상이 되어'전 대통령'이라는 칭호를 붙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임금 중 임금으로 불리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다. 광해군과 연산군 같은 폐주(廢主)가 그들이다. 그런 전직 주상은 조(祖)나 종(宗) 같은 묘호를 받지 못하고 종묘 사당에 자리도 얻지 못했다. 실록에도 끼지 못한다고 한다. 전직으로서의 최상의 예우가 박탈된 것이다. 1995년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 금고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를 받지 못하게 되었다. 다만 '필요한 기간의 경호 및 경비'만 받을 수 있게 하여 전두환과 노태우에 대한 경호가 계속되고 있다. 상왕정치를 꿈꾸며 수천억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그들은 법률로 정해진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받고 있지만 스스로 법률은 지키지 않아 그의 이름을 단 법률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공무원이 불법적으로 취득한 재산 추징에 관한 내용을 담은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 개정안', 이른바'전두환 추징법'이 그것이다.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전직 대통령으로서 활동하는 모습은 남의 나라 얘기다.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 자신의 치적으로 여기는 4대 강변을 따라 자전거로 우리 강산을 한번 둘러보고 싶다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그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러 건으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으로 언제 법정에 설지 모를 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최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로 평안한 영면(永眠)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적개심으로 가득한 보수의 공격에 전직 대통령으로서 명예와 존엄은 간데없다.

전직 대통령은 법률상 예우를 받고 있지만 법 앞에는 평등한 만인 중의 한 명이다. 일반 시민에게 적용되는 추상같은 법이 그들 앞에서 휘어지거나 무뎌져서는 안 된다. 불법이 있는 곳에 성역 없어야 법의 권위가 살아있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도 임기를 마치면 전직 대통령이 된다. 수난을 겪고 있는 앞 선 전직 대통령처럼 되지 않으려면 성역과 특권의식을 버려야 한다. 나아가 자기를 지지해준 반절 정도의 국민과 자기가 속한 정당 같은 자기편만을 안고 5년을 보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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