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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책

[내가 쓴 책]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천종호 부장판사(부산가정법원)

2010년 2월에 창원지방법원으로 부임하여 처음 소년보호사건을 담당하였고, 이후 4년째 자청하여 소년보호사건을 맡고 있다.

사건을 맡고 보니 비행소년들의 실상은 열악하였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병들어 있었고, 학교를 중퇴한 경우가 많았다. 그 원인을 좇아가 보면 대부분 문제가 가정에 있었는데 사정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한 비행소년들에게 가장 절실했던 것은 재비행하지 않도록 안전하고 따뜻하게 감싸주며 지속적으로 관리해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국가가 그들에게 제공하는 제도나 시설들은 그러한 역할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고, 사회도 보호소년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었다. '비행소년들도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인데 그들은 마치 이방인이나 투명인간처럼 외면당하고 있었다.

비행소년들에 대한 인식부터 바뀌지 않으면 그들에 대한 처우는 개선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였다. 그래서 그들의 참담한 실상을 알려 사람들의 인식이라도 바꾸어보자는 생각에 힘이 닿는 대로 가리지 않고 일을 하였다. 비행소년들과의 소통에 관한 에피소드들을 모은 '아름다운 이야기들'이라는 제목의 소책자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하였고, 지역신문에 소년보호재판 사례들을 20회 연재하기도 하였다. 청소년비행 관련 강연과 방송 출연도 꺼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한 활동의 효과는 더디었다. 나날이 성인이 되어가고 있는 비행소년들을 보면 마음이 다급했으나 부득이한 일이었다.

그러다 그 동안 쓴 글들을 모아 책을 출판해보라는 권유를 받고 많은 고민 끝에 그렇게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책이 잘 팔릴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수익이 생기면 비행소년들을 위해 쓰겠다는 생각에 인세 수입은 전액 기부하겠다고 떠들고 다녔다. 2012년 9월 무렵 초고가 대충 완성되었으나 자신이 없어 방치해 두었다가 2012년 10월말부터 교정 작업에 돌입하였다. 바쁜 일정 중이라 작업은 만만치 않았다. 때로는 2012년 8월 말에 태어난 늦둥이를 포대기로 업고서 일하기도 하였다.

원고의 기초 교정 작업을 끝낸 뒤 출판사 몇 곳에 출판을 문의했으나 부정적인 답변을 들었고, 도와주겠다는 곳도 내가 원하는 시기까지는 출판해 줄 수 없다고 하였다. 3년간 마음으로 응원해 주신 경남 도민들에게 책을 드리기 위해 인사발령일인 2013년 2월 25일 전에 출간하고 싶었는데,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행히도 2012년 12월 말에 한 출판사를 소개받아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2013년 1월 15일에는 다큐멘터리 '학교의 눈물'이 방송되었는데, 그것이 예상치도 않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덕분에 출판 작업은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되었고, 2013년 2월 18일 드디어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가 세상에 선을 보였다. 책 표지의 글귀처럼 '따뜻한 신념으로 일군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출판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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