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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유월 하늘 아래

신평 교수(경북대 로스쿨)

유월의 하늘은 아득히 먼 곳에 서서 초여름 숲의 향내를 빨아올리며 숨을 쉰다. 푸릇하게 한창 물오른 나뭇가지들은 싱그러운 이파리들을 단 채, 바람 부는 대로 고개를 이리저리 끄덕인다. 더할 나위 없이 찬란하고, 평온한 광경이다.

유월은 이렇게 아름답게 반짝이는데, 우리는 거의 언제나 벽을 향해 앉아있다. 우리가 만든 벽이다. 사방으로 친 벽 안에 스스로를 답답하게 가둔다.

현재의 로스쿨 체제가 그 성과를 제대로 거두고 있는가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묵은 법조인으로서 그리고 지금 로스쿨에 근무하고 있는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졸업생들의 실무능력이 걱정스러울 정도로 떨어진다. 실정을 좀 아는 사람들은 모두 이에 공감한다. 하지만 그들의 능력이나 근면의 부족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은 아니다.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로 로스쿨 학생들은 최선을 다하여 학업에 임해왔다. 그렇다면 그러한 결과의 원인은 단 하나다. 그것은 로스쿨의 운용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꾸로, 현재 로스쿨이 아주 성공적인 정착의 과정을 밟고 있다고 극력 강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나아가 말한다. 당국은 로스쿨을 두려는 모든 대학에 무제한으로 그 설립을 허용해주고,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으로 바꿔 원칙적으로 모두 합격시켜야 한다. 한편으로는 로스쿨에 변호사 배출의 독점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그들의 목소리는 무척 크게 울려왔다.

한국에는 특이한 현상으로 변호사 '유사직역'(이 말이 가지는 차별적인 뜻을 용서해 달라. 달리 적당한 단어가 없어 부득이 이를 사용한다.)이 많이 존재한다. 세무사, 관세사, 변리사, 법무사 등등이다. 모두 고유한 역사를 갖고 있는 자격이어서, 변호사 입장에서 함부로 말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어렵게 한 마디 굳이 하자면, 이런 직역의 존재로 한국에서는 변호사의 업무영역을 법정에서의 송사에 한정하는 뚜렷한 관념이 형성되어 있다. 그리하여 로스쿨 시대를 맞아 변호사는 대량 배출되고 있으나, 젊은 변호사들이 새로운 일거리를 개척해 나가는 데 이러한 관념이 커다란 장애로 작용하고 있음은 사실이다. 장래 어떤 식으로든 변호사업계와 그들 업계가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조정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사람들은 신통하게도 전혀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다. 변호사의 생계유지 따위 문제에 관해선 그들은 철저하게 냉담하고 무관심하다.

변호사 숫자는 무조건 늘리고 생계는 각 변호사가 알아서 하면 그뿐이라는 그들의 입장 뒤에 숨은 이유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앞으로 그들의 말대로 하면, 웬만한 사람은 법조계 진출을 기피할 것이다. 요건사실과 항변사실의 구별을 핵심으로 하는 대륙법체계의 운용에 큰 혼란이 초래되고, 법조는 황폐화될 것이다.

건강한 법조가 기둥으로 받쳐주지 않는 한 민주법치사회는 지탱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 전체에 심각한 퇴행의 위험을 안겨줄 것이다. 나만의 걱정이 아닐 게다. 유월의 하늘이 순간 어두워진다.